[시승기] 포드 포커스 디젤, 독일 토박이 '골프'에 도전


포커스는 '포드 = 미국차'란 공식을 깬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유럽내 주력 모델이다. 생산지도 자동차 강국 독일. 미국차의 색깔을 지우고 철저히 '유럽 스타일'로 탄생했다.

독일 자를루이공장에서 탄생한 포커스 디젤은 유럽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8만3115대가 팔려 판매 3위에 올랐다.글로벌 판매량은 73만7856대(폴크 집계, 작년 9월 기준)로 도요타 코롤라를 제치고 베스트 셀링을 달성했다. 중국에서도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차에 등극했다.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포커스 디젤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난 20일 시승을 통해 그 매력을 찾아봤다.

◆ '독일차 감성' 제동력·코너링 솜씨 일품…거친 엔진음 아쉬워한낮 도심에서 포커스는 민첩성과 뛰어난 제동력을 발휘했다. 앞차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올림픽대로 위,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밟았는데도 바로 반응했다. 튀어나가거나 멈추거나. 브레이크 성능이 특히 탁월했다. 처음 다룰 땐 급정거하기 쉽지만 길들여지면 안정감 있는 제동력을 자랑했다.

코너링도 볼만했다. 딱딱한 서스펜션과 스티어링휠(핸들)은 독일차 특유의 감성이 느껴졌다. 포커스는 좌우 바퀴 회전수를 각각 다르게 조절하는 '토크 백터링 컨트롤' 기술이 장착됐다. 굽은길에서도 차체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을 때도 부드럽게 속도계 바늘이 올라갔다. 시속 150km 정도까지 안정감있게 달렸다. 포커스 디젤(트렌드 트림 기준)은 최대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7kg·m의 힘을 내는 1997cc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엔진 성능을 강조한 스포츠 트림은 163마력의 출력과 최대토크 34.7kg·m의 힘을 낸다. 저속으로 달릴 때 엔진 소음과 노면의 진동이 쉽게 전달되는 것은 아쉽다. 운전의 재미를 느끼는 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환경이지만 정숙성을 추구한다면 고려해 볼만한 사항이다. 한 껏 분위기를 내기위해 선루프를 열고 달렸을 땐 풍절음이 2배 이상 커진 듯했다.

◆ 최고 강점은 '연비'…급출발·급제동 최악 운전했는데

포커스 디젤의 장점은 뭐니해도 '연비'. 이날 시승은 주로 도심에서 이뤄졌는데 시승 후 측정 결과 연비가 20km/ℓ로 나왔다. 이 모델의 도심 공인 연비인 15.2km/ℓ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교통 상황상 급출발과 급정거를 반복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이 모델의 표시 연비는 17km/ℓ. 동급 모델 중 최고 연비를 자랑한다고 포드코리아 측은 설명했다. 계기판에 연비가 딱 떨어지는 수치로 나오지 않고, 100km당 ℓ로 표시돼 운전자가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점은 불편하다.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투박하다. 내부 공간은 상당히 좁아 5인승 모델이지만 4인이 타기에 적합하다.

2.0ℓ 동급 경쟁 차종인 폭스바겐 골프 디젤(3310만~4090만 원)보다 가격이 싸다. 포커스 디젤은 2990만~3090만 원. 대신 편의사양은 다소 빈약하다.

고급 가죽시트 대신 직물시트를 적용했다. 최근 운전 필수기능인 내비게이션, 주차보조시스템, 크루즈컨트롤 등이 없다. 계기판과 디스플레이에 찍히는 각종 정보들도 독일어로 표기돼 있다. 운전자를 세심히 배려하지 않은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고유가 시대에 연료 효율성을 자동차의 최대 미덕으로 꼽는다면 선택의 여지 없이 좋은 차다.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통산 44회 우승을 자랑하는 '랠리카 DNA'가 담겨 운전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숙한 차' '친절한 차'를 원한다면 한 번쯤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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