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수익률 24%…강남 부자도 개미도 ETF로 '갈아타기'

ETF 10년 이젠 '증시 스타' (1) ETF, 투자지형도 바꿨다

주식형펀드 크게 앞질러…"투자 위험 줄이며 수익"
특정 업종·원자재 연동상품 개발로 갈수록 '진화'
서울 서초동에 사는 40대 개인사업자 박모씨는 지난해 9월 보유 주식 중 5억원어치를 팔아 코덱스200 등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주가가 급락해 주식에서 아예 손을 떼려고 했지만 ETF는 시장 평균에 투자하는 효과가 있어 손실폭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ETF를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코덱스200과 자동차 반도체 등 업종 ETF에 분산 투자한 박씨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20%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9월 말 이후 1년간 12.80% 오른 것과 비교해도 높은 수익률이다. ETF가 개인투자자의 새로운 자산관리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과거 ETF는 기관투자가들이 수익률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활용하는 ‘보조 수단’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개인 자금, 펀드에서 ETF로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13조4069억원이다. 지난해 말 9조9060억원에서 9개월 만에 35.3%(3조5009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중 ETF가 차지하는 비중도 0.95%에서 1.15%로 높아졌다. ETF 투자 증가세는 주식형 펀드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순자산 총액은 지난달 27일 기준 65조2676억원으로 지난해 말 65조3090억원보다 414억원 감소했다.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10%가량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주식형 펀드에서 5조원 이상 환매가 일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V프리빌리지 강남센터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한 돈으로 ETF에 투자하고 있다”며 “개별 종목보다 ETF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TF 투자 붐은 거액자산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매달 일정 금액을 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상품이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ETF 분할 매수 서비스인 우리투자증권 ‘우리 스마트 인베스터’는 지난해 9월 선보인 이후 1년 만에 1만2695명의 가입자와 3855억원의 누적 잔액을 확보했다.

◆기관, 변동성 장에서 ETF 적극 활용기관도 ETF를 주요 투자 수단으로 삼고 있다. 올 들어 기관의 하루평균 ETF 거래대금은 1601억원으로 지난해 1250억원보다 28.1% 증가했다. 기관의 하루평균 ETF 거래대금은 2009년 718억원에서 2010년 536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기관은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때 위험을 회피하는 한편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ETF를 적극 활용한다. 상승장에서는 시장 수익률의 두 배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ETF를 매수하고 하락장에서는 지수 하락 시 수익이 나는 인버스 ETF를 매수하는 식이다.

기관은 9월 한 달간 레버리지 ETF인 코덱스 레버리지를 1043억원 순매수해 현대중공업(1748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로 사들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QE3)를 발표한 이후 코스피지수가 상승하자 레버리지 ETF를 대거 사들여 수익률 극대화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유럽 재정위기 계기로 각광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을 겪으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진 것이 ETF가 각광받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ETF는 상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장 평균에 투자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에 비해 수익률이 낮을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폭을 줄일 수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인의 ETF 투자가 급증했다”며 “단 한 주만 투자해도 시장 전체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ETF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ETF 투자 성과도 좋은 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ETF(국내 주식형)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24.54%로 15.22%에 그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을 9.32%포인트 앞섰다. 최근 6개월간 ETF는 평균 2.08% 손실을 냈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2.38%)보다는 손실폭이 작았다. 3개월 수익률 역시 ETF가 8.84%로 국내 주식형 펀드(7.48%)보다 높았다.

◆ETF만으로 포트폴리오 구성

ETF가 주요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투자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지수형 외에 반도체 자동차 등 특정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섹터 ETF, 금 원유 등 원자재 가격에 연동되는 상품 ETF 등이 있어 ETF만으로도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삼성증권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시장 타이밍 전략 △절대수익 전략 △복합 자산배분 전략 등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시장 타이밍 전략은 박스권 시장에 적합한 것으로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지수형 ETF 외에 레버리지 인버스 등 파생형 ETF에 함께 투자하는 전략이다. 절대수익 전략은 반도체 자동차 등 이익 안정성이 높은 업종 ETF 비중을 높여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복합 자산배분 전략은 주식형 ETF와 채권형 ETF에 동시에 투자해 위험 분산 효과를 높인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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