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열해지는 스마트카 경쟁

완성차 업계 중심 IT융합 활발해
글로벌업체 각축…안주하면 낙오

박용완 < 영남대 교수·정보통신학 >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조선, 의료 등 다른 산업과의 만남이 한창이다. 휴대폰과 컴퓨터칩이 만나 스마트폰이 되고, 센서장치와 섬유가 만나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등산복이 나오고 있다. IT산업이 독자적으로 성장하던 시대를 넘어 성격이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이른바 IT융합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IT융합 분야 중에서도 자동차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이미 IT를 활용해 자동차가 알아서 주차를 하고,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며, 스마트폰으로 시동을 걸 수 있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의 올해 기조연설을 누가했을까? 다름 아닌 자동차 회사인 다임러벤츠사의 디터 제체 회장이다. 얼핏 이해가 안 갈 수 있지만 그만큼 자동차와 IT의 융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자동차 회사들이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IT융합 노력이 한창이다. 2009년 지식경제부와 함께 차량 IT융합 혁신사업을 시작해 IT 중소기업이 완성차 업체가 필요로 하는 융합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양산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 싼타페의 블루링크와 기아차 K9의 유보가 대표적인 예다. 자동차에 적용 가능한 IT를 중소기업이 보완해주고,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판로를 확보해주는 이른바 ‘동반성장형 IT융합’ 모델인 것이다.

차량 IT융합 혁신센터에 따르면 사업 개시 3년 만에 음성인식, 인터넷 브라우징 등 IT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 6건이 현대기아차에 탑재됐거나 앞으로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중소 IT기업들은 현대기아차와의 협력을 통해 매출이 34.3% 증대되고, 고용이 22.7% 증가했으며, 현대기아차의 협력 경험을 토대로 투자 유치를 받는 등 차량 IT융합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및 IT 업계는 현재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BMW, 벤츠,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엄청난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여 IT융합을 통해 자동차의 주행, 안전, 편의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IT회사인 구글은 이미 자율주행 자동차를 시험 중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휴대폰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듯이 가까운 미래에 아이카(I-car)로 자동차 시장의 선두기업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금은 ‘IT홀로(IT Alone)’가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 스며 들어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IT융합의 시대다. 급변하는 시대에 자동차와 IT 강국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 조직 개편 논의보다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IT융합 확산을 위해 무엇을 보완하고 무엇을 새로이 할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박용완 < 영남대 교수·정보통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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