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서도 맹활약…가수 전성시대

비.이승기 연기자로도 우뚝

가수들의 연기자 겸업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가수들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많은 주연급 배우들이 과작(寡作)의 길을 걸으며 제작진의 애를 태우고 있는 와중에 가수들이 드라마에 활발히 진출하며 주연자리를 턱턱 꿰차고 있다.

이들의 드라마 진출은 브라운관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동시에 전업배우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수목 미니시리즈 '가수 천하' = 최근 가수들의 드라마 진출은 다양한 장르와 톱스타들의 경연장인 수목 미니시리즈에서 두드러지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지난달 29-30일에는 방송 3사의 수목극 주인공이 모두 가수였을 정도다.

SS501 김현중 주연의 MBC '장난스런 키스'와 이승기 주연의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 이어 비 주연의 KBS 2TV '도망자 플랜B'가 시작하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한 주 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퇴장했지만 가수 주연 드라마의 대결은 계속 이어진다.MBC가 '장난스런 키스' 후속으로 오는 27일 선보이는 '즐거운 나의 집'의 남자 주인공도 가수 신성우이기 때문이다.

주인공뿐만이 아니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는 박수진과 노민우가, '도망자 플랜B'에는 데니 안이 조연으로 출연했거나 하고 있다.여기에 KBS 1TV 월화극 '성균관 스캔들'은 JYJ의 믹키유천이 주인공을 맡고 있고 KBS 1TV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에는 박정아가 조연으로 출연 중이다.

또 SBS TV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남규리가 주인공 가족의 막내딸을 연기하며 다음 달 4일 시작하는 KBS 2TV 청소년극 '정글피쉬'의 여주인공은 티아라의 지연이 맡았다.

◇비.이승기, 연기자로도 우뚝 = 가수 출신 연기자들은 아무래도 전업 연기자들보다 연기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김현중이나 믹키유천 등은 높은 스타성으로 드라마의 주인공을 꿰찼지만 아직 연기자로서는 많은 부분에서 미흡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비와 이승기처럼 가수뿐만 아니라 연기자로도 우뚝 선 사례도 있다.

'닌자 어쌔신' '스피드 레이서'로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비의 연기력은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 '풀하우스' '이 죽일 놈의 사랑'과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을 거치며 단단해졌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도망자 플랜B'에서 현란한 원맨쇼를 선보이며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몸으로 하는 액션뿐만 아니라 속사포처럼 대사를 쏟아내고 뻔뻔스런 코믹연기를 펼치는 데 있어서도 웬만한 연기자 뺨치는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남녀노소의 지지를 받는 이승기도 연기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006년 KBS 2TV '소문난 칠공주'의 황태자 역으로 연기자의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지난해 주인공을 맡은 SBS TV '찬란한 유산'을 통해 47.1%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끌어내며 단숨에 A급 연기자 반열에 올라섰다.

그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도 전업 연기자인 상대역 신민아를 리드하며 드라마를 끌어가는 힘을 발휘했다.

이 드라마에서 신민아가 비로소 'CF스타'의 꼬리표를 뗐다면 이승기는 폭넓은 연기가 가능함을 보여주며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이들은 가수 활동 틈틈이 연기 수업을 받아가며 '준비된 연기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가수냐 연기냐 고민'..이벤트에 머물면 안돼 = 믹키유천은 '성균관 스캔들'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연기자로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차기작에 대해 큰 고민을 안게 됐다.

앞으로도 가수와 연기활동을 병행하고 싶지만 '성균관 스캔들'의 촬영이 길어지면서 당장 공연 스케줄을 위협하는 상황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믹키유천 측은 "드라마 한편을 하면 수개월을 꼼짝없이 붙들려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수 활동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아무래도 지장을 초래한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작품이 예정보다 촬영이 늘어지는 것이 문제"라며 "한참 전에 짜놓는 공연 스케줄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인데, 연기를 하다 보면 상황이 꼬일 위험이 커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기 마련이데, 많은 가수가 그런 고민 속에 아예 가수를 접고 연기로 돌아서기도 한다.

무엇보다 연기자에 비해 가수의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수들의 전업 연기자 변신을 이끌고 있다.

임창정, 윤은혜, 성유리, 윤계상, 황정음, 남규리, 박수진, 박정아 등이 대표적인 사례.


반면 소녀시대의 윤아, 2PM의 옥택연,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빅뱅의 탑, 티아라의 지연과 은정,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등 아이돌 스타들은 여전히 가수 활동에 무게 중심을 둔 상황에서 연기의 맛도 보며 시선을 끌고 있다.방송 관계자들은 "가수 출신 연기자의 드라마 유입은 신선함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서도 "하지만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이벤트로 바라본다면 그 가수의 캐스팅은 드라마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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