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에 증권업계 강력 '반발'(종합)

선물ㆍ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도입 논의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관련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증권사와 선물회사 대표들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긴급사장단 회의를 열고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며 거래세 도입 저지 활동을 적극 펼쳐 나가기로 했다.증권ㆍ선물사 사장들은 이번 회의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기회조차 없었다는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입법 반대를 위한 토론회 개최, 국회 건의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이들이 거래세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파생상품 시장의 거래 위축을 우려해서다.

파생상품 거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차익거래의 경우 0.1~0.2%의 이익을 목표로 하는데, 거래세가 도입되면 실질적으로 이익을 내기 힘들어 거래가 급감할 것이라는 얘기다. 차익거래란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기관과 외국인이 펀드를 통해 주로 이용하는 프로그램 매매 등을 말한다. 업계는 파생결합증권(DLS),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의 헤지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코스피200 지수선물의 거래량 축소도 우려하고 있다.

파생상품에 거래세가 부과되면 대체시장인 선도, 스와프 등의 장외 파생상품으로 관련 수요가 이전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외국인이 거래 비용이 적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로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업계를 대표해 건의문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연말 본회의에서 패키지 형태로 관련 법안이 통과되는 불행한 일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황 회장은 "금융투자업계는 단순히 수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애써 가꿔놓은 건전한 시장이 거래세 도입 이후 쇠퇴할 수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취지에 국회의원 상당수도 동감하고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최대한 의원 설득작업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세율이 당초 0.5%에서 0.01%로 크게 낮아진 상태인 만큼, 이러한 업계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란 주장도 있다. 또 거래세 도입이 시간을 두고 점전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시장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번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에 참여한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코스피(유가증권) 시장의 총 거래규모가 약 1287조원인데 비해 코스피200 선물과 코스피200 옵션의 계약금액은 각각 6128조원과 287조원에 달한다"며 "현물시장에 비해 파생상품 시장이 지나치게 비대해 다소 거래가 줄더라도 시장이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이 관계자는 "파생상품은 현물시장의 헤지나 상호 보완 기능을 해야지 지금처럼 투기의 '장(場)'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이러한 역기능을 막기 위해선 거래세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거래세 도입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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