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책마을 편지] 사랑, 그 혼란스러운 정체

인간은 왜 사랑에 빠질까요. 어떤 학자는 뇌의 신경회로에서 비밀을 찾고,또 어떤 이는 동물과 유인원의 차이에서 해답을 구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내놓지 못합니다. 오죽하면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네 정체를 밝혀다오,사랑아!"라고 탄식했을까요.

그런데 독일 철학자 리하르트 D 프레히트는 신작 《사랑,그 혼란스러운》(21세기북스 펴냄)에서 진화생물학과 뇌과학,문화인류학적 연구 결과를 아우르면서 "사랑은 DNA나 호르몬 작용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심리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하긴 사랑이 생화학 물질인 호르몬의 작용이라면 '착각'이나 '성찰'도 필요없을 겁니다. 모두가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을 고르지도 않고 성적 · 정서적 · 심리적 동기가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니지요.

그의 표현을 빌리면 생물학적으로 우리는 바이올린과 기타,하프,팀파니로 구성된 콘서트를 원합니다. 도파민의 '쾌감 폭풍'을 바라면서 동시에 세로토닌의 '평온'도 원하는 식이지요. 그러나 이것도 그냥 꿈일 뿐입니다. 우리는 일상의 삶이 드림콘서트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죠.그는 사랑을 컴퓨터 단층 촬영으로 증명하는 행위는 '전등 스위치를 가지고 빛을 규명하려는' 시도나 다름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사랑의 과정은 정서와 감정,행동의 세 가지가 합해진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어떤 사람의 강력한 자극에 사로잡히는 것이 '정서'의 단계이고,내 안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끼면서 내 반응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감정',의식적으로 그가 바라는 것을 알아내려 하는 투영적 '행동'이 그 다음 단계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비밀은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 상자죠.저자도 특별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사랑이 이것도,저것도 아니라는 혼란만 인정할 뿐이지요. 사실 이 혼란이야말로 사랑의 근본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은 불가능해 보이고 특별하고 부서지기 쉽고 위협받기 쉬운 어떤 것'이며 '사랑받는 것 또한 엄청난 감동'이기 때문이지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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