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증시 구원투수' 로 곧 출격

6개 위탁 운용사 선정…2200억 주식매수 예정
화학·IT·車 등 내년 실적개선 대형주주목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주식 투자 위탁운용(아웃소싱)을 맡을 6개 운용사를 선정하고 주식 매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증시의 거래 가뭄을 일부 해소하는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란 기대가 높다. 최근 '두바이 쇼크'로 코스피지수가 1500대 중후반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13.7%(9월 말 기준)로 올해 말 목표치(15.2%)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코스피지수가 1600선 붕괴 위기에 몰린 지난달 24일부터 6거래일 동안 3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수 1600선 아래에선 전반적으로 '사자' 우위였다는 점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업계 전문가는 "국민연금이 기본적으로 국내 주식 투자 확대를 염두에 두고 아웃소싱 운용사를 선정한 만큼 주가 수준에 큰 부담이 없다는 판단이 들면 조만간 자금을 집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국민연금의 자금 운용 특성상 지수를 끌어올리기는 힘들 것이지만 주가 하락 시 '안전판' 역할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6개 운용사 통해 2200억원 투자 예상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30일 2200억원 정도의 투자자금을 굴릴 6개 아웃소싱 운용사를 선정해 통보했다.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형 운용사엔 삼성투신운용과 신영자산운용 등 2개사가 선정됐고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중소형엔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알리안츠자산운용 등 2개사가 지정됐다. 또 장기 운용 기록(트랙레코드)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3그룹 내 인피니티투자자문,내외에셋투자자문 등 2개사도 이번에 자금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은 운용사별로 운용 성과와 규모 등에 따라 1~3그룹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 6개 운용사는 국민연금의 일임계좌를 직접 운용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18조원의 자금을 직접 운용하고 있으며 위탁 형식으로 17조원을 운용사에 맡기고 있다.

이번에 6개사에 맡겨질 자금은 총 2200억원이다. 액티브형 2개사와 제3그룹 내 2개사 등 4개사에는 300억원씩 1200억원이 배분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소형 2개사는 500억원씩 지급받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집행 시기는 미정이지만 현 지수대를 감안할 때 조만간 집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주 들어 '두바이 사태'가 진정되면서 45포인트 정도 반등하긴 했지만,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10배를 조금 웃돌아 이머징마켓이나 아시아시장에서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증시 안전판' 역할 기대

주식시장이 거래 부진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자금이 투입될 경우 거래 가뭄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수급 구조가 취약한 상황이어서 '김정일 사망설'과 같은 루머에 쉽게 출렁이고 돌발 악재가 나오면 급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금이 투입되면 국민연금이 급매물을 일부 소화하면서 증시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부 관계자는 "일단 자금이 집행된 후에는 운용사들이 벤치마크(비교지수)를 따라가기 위해 2~3일 내에 주식을 90% 이상 채우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자금을 받으면 곧장 주식을 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자금 집행의 수혜는 우선 내년 실적 개선 대형주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연기금은 순매수 우위를 보였던 지난달 24일 이후 우리금융 호남석유 LG디스플레이 LG화학 현대차 GS 포스코 등을 사들였다.

김 팀장은 "연말에 투자되는 자금은 올해보다는 내년 수익을 노린 것이어서 내년도 기업 매출이나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되는 종목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번 자금 집행 규모가 크지 않아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의 수혜가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지수 상승을 좇아가면서 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관계자는 "올 운용 수익 목표를 달성한 마당에 무리해서 주식 비중을 늘리진 않을 것"이라며 "주가가 출렁일 때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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