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전운 감도는 국회 문방위

"투쟁,삭발,의원직 사퇴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꼭 막아낼 겁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

"여 · 야 합의대로 이번 임시국회 때 미디어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합니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29일 열릴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최대 쟁점인 미디어법을 논의할 예정인데 여야 모두가 '결사항쟁' 모드다. 일각에서는 지난 연말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처리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해머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장 분위기는 전장을 방불케 한다. 민주당 측은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를 할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회의실을 점거한다는 계획이다. 전병헌 민주당 간사와 최문순 서갑원 이종걸 천정배 의원 등 8명은 여차하면 들어간다는 자세로 국회에서 대기 중이다.

최문순 의원은 "전체회의를 열기 전에 문방위 8명은 먼저 가서 회의장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며 "다른 민주당 의원분들도 가세해 다른 상임위는 놔두더라도 문방위만큼은 꼭 막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쪽도 결연한 분위기다. 어떻게든 미디어법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문방위 내 한나라당 의석은 위원장을 포함해 총 16석이다. 전체의석(28석)의 과반으로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양당은 결전을 앞두고 지난 28일 마지막 타협을 시도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8일 간담회를 열고 "나경원 전병헌 문방위 간사와 김성조 박병석 정책위 의장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우윤근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에 대해 미디어법의 9월 연기처리와 대기업 · 신문의 방송 겸영 조항 제외 등의 조건을 수락한다면 4자회담을 받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한나라당이 받기 힘든 조건을 붙여 거부한 셈이다. 지난해 국회 해머 폭력사태로 대한민국 전체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이러다가는 반년 만에 또 다시 부끄러운 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가 기우(杞憂 · 쓸데없는 걱정)이기를 바랄 뿐이다.

민지혜 정치부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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