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떠도는 치매 환자

신승철
수년 전부터 노인병원 요양병원 요양원 등이 많이 생겼다. 한때 의료 사각지대였던 치매 환자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전엔 치매 환자의 경우 장기 입원에 따른 비용 부담이 아주 컸다. 치매 부모를 병원에 장기 입원시키는 게 효도가 아니란 생각도 있었다. 집에서 돌아가시게 하는 게 도리란 생각에 집에서 모시는 걸 당연시했다.

치매를 노망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노망이란 말 속엔 천박한 실존적 의미가 새겨져 있다. 그래서 쉬쉬 하는 분위기였고,치매 노인을 뒷방에 흉물처럼 숨겨 두기도 했다. 그러나 핵가족시대를 맞아 거센 변화가 왔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일이 육체적 경제적 심리적으로 부담이 너무 커지면서,그리고 사회가 책임져야 할 질병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노인 병원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장기 입원에 따른 가족이나 건강보험공단 양측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그 대책으로 요양병원의 신 · 증설이 유도됐다. 이번엔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처럼 늘자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번엔 정부가 노인 환자를 1,2,3등급으로 매겨 우선등급자를 요양소에 보내는 것으로 방침의 변화가 생겼다. 비용이 조금 덜 드니 그쪽으로 몰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요양소는 의사가 상주하는 곳이 아니다. 호전 가능성이 없으면 특별한 조치 없이 관리만 해주자는 쪽이다.

요양병원보다 비용이 덜 드는 홈케어란 것도 생겼다. 지역에서 와병 상태의 노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지자체에선 지역 치매관리센터를 세우는 계획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급격히 변모하고 있는 노인 의료제도의 한 부분이다. 하도 빠르게 변하다 보니 의사인 나도 잘 모르겠다. 노인의 질병 상태에 따라 어디가 괜찮은지 선택하기 어렵다. 요양소에 갔다가 진료가 부실하다며 다시 요양병원이나 노인병원으로 가고,이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또 노인병원은 3개월,요양병원은 6개월 정도 입원하면 그후 공단에서 무조건 진료비를 삭감하는 탓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이곳저곳을 떠도는 노인 환자가 많다. 어떤 분은 한 해에 서너 번 이상을 옮겨 다닌다고 한다. 진료비를 아끼려는 공단 측의 심사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치매 환자라 해서,환자 자신이 판단을 못 한다고 해서 이리저리 돌게 하는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 가족이 마음에 드는 곳이라면,환자가 돌아가실 때까지 편하게 간호받을 수 있다면 한곳에 머물게 하는 게 상책이다. 물론 서비스에 따라 비용 부담을 차별화하는건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비스 질 향상 경쟁도 유도할 수 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도 살아 있는 영혼의 소유자다. 표현은 못 해도,의식과 오감이 남아 있는 한 느낄 건 다 느낀다. 환자 관리에 우리 모두가 각성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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