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마냐나'·日 '좀비'·中 '자전거' 증시…한국은 어디로

국내 주가가 지난 한 달간 30% 넘게 급등하면서 '베어 마켓 랠리'냐 '불 마켓'이냐를 놓고 논란이 심해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 증시 향방과 관련해서는 미국 일본 중국 증시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들 3개국 증시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꼬집는 새로운 용어가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은 '마냐나(manana)'증시, 일본은 '좀비(zombie)'증시, 중국은 '자전거(bicycle)'증시가 바로 그것이다. 마냐나는 스페인어로 '내일'이라는 뜻이다. 미국에서 '내일은 언제나 태양만 뜬다'는 식으로 경제와 증시 앞날을 밝게 보는 시각이 강한 것을 빗대 '마냐나 경제'라는 말이 나왔다. 일본을 '좀비'라고 일컫는 것은 일본 정부가 어떤 정책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정책 수용층인 국민과 기업이 좀처럼 반응하지 않고 현 수준에 머무르는 현상을 꼬집는 용어다.

또 중국은 자전거 페달을 밟듯이 계속해서 잠재 수준 이상의 높은 성장을 유지해야 붕괴되지 않을 것이란 진단에서 '자전거 증시'란 용어가 붙었다.

이들 국가의 요즘 경제와 증시의 움직임을 보면 그렇게 불릴 만한 사정이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들어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경제각료들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되고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는가 하면,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미국 경기가 올해 말에는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근거가 될 만한 실증적 · 정책적인 요인도 있다. 올 3월 초 이후 주가가 주간 단위로 6주 연속 오른 데다 그동안 추진한 금리인하,세금감면 등과 같은 경기 대책이 시차를 두고 늦어도 연말에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와 증시에 심리가 중시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각료들이 의도적으로 미래를 밝은 쪽으로 제시,경제주체들의 소비와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숨은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뉴욕 월가 일각에서 경제각료들의 낙관론을 이른바 '마냐나 경제'로 꼬집고 투자자들에게 현혹되지 말 것을 경고하는 것은 이런 사정에서다. 일본 경제를 '좀비 경제'라 부른 지는 오래됐다. 본래 좀비족이란 대기업이나 방대한 조직 속에서 일을 해도 그만,안 해도 그만인 죽은 시체와 같은 조직원을 의미한다.

실제로 일본은 금리가 '제로' 수준인 데다 이미 재정적자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해 모든 정책이 무력화된 상태다. 또 일본처럼 압축 성장한 국가에서 경기 회복에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일본 정부의 주도력이 약해 일본 경제의 앞날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들어 다시 중국 경제의 앞날을 밝게 보고 세계경제의 위기상황 극복이 중국 경제에 달려 있다고 보는 공감대가 형성돼 주목된다. 실제로 중국 경기는 올 1월 저점으로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빨리 회복하고 있는 데다 21세기 성장 동인인 인구 등을 가장 많이 보유해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다. 하지만 고도성장 이면에 금융기관 부실채권과 같은 내부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국제금융가에선 중국을 '자전거 경제'라 부르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 중국 경제를 이끄는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는 이런 내부문제를 극복하는 데 주력해 왔고 어느 정도 성과도 내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가 끝나면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인 '팍스 시니카' 시대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우리 경제는 마냐나 · 좀비 · 자전거 경제의 특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 정부 각료들이 우리 경제의 앞날을 보는 시각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내년 성장률이 잠재 수준 이상 회복될 것이라는 시각도 등장했다. 하지만 정책당국 · 정책 · 경제 각료에 대한 국민과 기업들의 무관심이 여전히 높다. 이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치유하는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런 한국 경제를 어떻게 부를지 자못 궁금하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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