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위기설'에도 外人태도 작년과 달라

채권 매수↑, 주식 매도↓, 부동산 관망

"한국시장에 대한 기본신뢰 살아있어"
펀드팀 = 국내 금융시장 주변에선 동유럽발 금융위기와 맞물린 `3월 위기설'이 확산되면서 불안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사태로 금융불안이 극도로 고조돼 이른바 `9월 위기설'이 불거졌던 작년 9∼10월과 같은 위기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채권시장에서는 강한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고, 주식시장에서도 작년 말에 비해 매도강도가 그리 강하지 않아 이번 `3월 위기설'을 대하는 외국인들의 태도가 작년 `9월 위기설' 당시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시장선 `매수'…작년말과 확연히 달라
최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한국물 자산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살아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실제로 채권 장외시장에서 올해 들어 외국인들은 지난 1월과 2월 500억원과 2조100억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작년 `9월 위기설'이 불거진 이후 10월 한달간 무려 6조4천억원어치의 채권을 순매도해 국내 시장참여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특히 지난달 다소 약화됐던 매수세가 다시 강화된 것은 작년말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하락기조에 있던 국내 시장금리가 2월 들어 반등, 국가간 금리차를 이용해 차익을 얻는 재정거래의 유인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거래는 70% 이상이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해 차익을 남기는 무위험 재정거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재정거래 역시 한국물 자산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또 작년말 외국인들이 안전자산인 채권까지 판 것은 본국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크게 작용한 면이 있지만, 이번에는 전세계의 전반적인 유동성위기로까지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팔 만큼 외국인들의 자금압박도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나대투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거래는 대부분 재정거래로, 시장금리 변화의 영향을 받지만 근본적으로 한국물 자산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작년 10월에는 한국 자산의 위험도가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본국의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채권을 매도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에는 위험 수위가 작년말 수준에 훨씬 못미치기 때문에 무차별적인 자금이탈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 증시엔 `빨간불'…`9월 위기설'때보단 양호
`3월 위기설'을 부추기듯 외국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0일까지 9일 연속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어 투자자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최근 1,5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와 맞물려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연속 매도를 시작하기 직전엔 9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약세속에서도 코스피지수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데 일조하는 등 작년 `9월 위기설' 당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와 비교해 외국인들의 매도강도가 그리 강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6천672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미 `3월 위기설'이 널리 퍼져있던 1월과 작년 12월에는 각각 6천520억원과 8천491억원의 `사자세'를 보였다.

작년에는 6월과 7월 이미 5조1천650억원과 4조9천25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위기설' 해당월인 9월과 10월에도 3조275억원과 4조9천16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하루 평균 순매수ㆍ도 규모도 작년 9월과 10월 각각 1천442억원과 2천228억원의 순매도였으나 올해 1월에는 343억원 순매수였고, 2월 들어 비록 매도우위지만 하루 평균 445억원에 그쳤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외국인들이 다시 주식을 팔기 시작했지만 `9월 위기설' 때와는 다르다"며 "작년 9∼10월에는 펀드 환매가 대거 몰리면서 주식을 무작정 팔아야 했고 투자자 심리도 패닉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불안한 환율과 그에 비해 단기적으로 급등한 지수 등 일시적 요인으로 보유주식을 줄이고 있다"며 "당분간 불안 심리는 이어질 수 있지만 환율 상승이 거의 끝난 것으로 보여 외국인의 추가 매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 부동산시장선 靜中動…작년말엔 매각세 활발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크게 감지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현재 외국인 보유 매물 가운데 시장에 나와있는 것은 극동빌딩 정도라는 것.
최근 상업용 빌딩의 가격이 하락한 데다 외국인과 재무적투자자로 참가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입장도 다르고, 매수세도 없어 매각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계와 중동계 외국인은 펀드 등의 형태로 국내 시장을 기웃거리고는 있지만 적극 매수에 나서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워낙 투자에 보수적일 뿐 아니라 최근 북한 리스크 등이 불거진 영향 등으로 말그대로 `아이쇼핑'만 하고 있다는 것.
반면 작년 하반기에는 외국인들은 서울 N빌딩을 국내 한 교육업체에 매각하는 등 매각에 열을 올렸다.

미국계 L사 등 일부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들은 아예 사무소를 폐쇄하고 한국을 떠나기까지 했다.부동산투자자문 저스트알의 김우희 상무는 "외환위기 이후 단기 투자를 주로 하는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을 많이 샀지만 이후 여러차례 손바뀜을 거친 후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원하는 장기투자 외국인들로 바뀌었기 때문에 웬만한 위기로는 한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nadoo1@yna.co.krabullapia@yna.co.krks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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