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펀드 가입해보니 30분 훌쩍

자통법 첫날…"초보ㆍ고령자 1시간 걸릴 듯"
자필서명만 5번…관련 서류 3배로 늘어

친구들 사이에서 '펀드 여왕'으로 불리는 황모(23)씨와 함께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 첫 날인 4일 실제 펀드에 가입해봤다.오전 9시46분. 이른 시간이어서 다소 한산한 굿모닝신한증권 본점 지점의 창구에 앉자마자 황씨에게 제시된 것은 푸른색의 `일반투자자 투자자정보 확인서'. 이 확인서는 같은 증권사 창구에 가더라도 금융상품에 가입하려면 매번 다시 작성해야 한다.

판매 직원은 투자권유 여부를 물었다.

"상품을 인지하고 있으면 투자권유를 `원하지 않음'에 체크해도 되지만, 앞으로도 투자권유를 받을 의향이 있으면 `원함'에 표시하세요"
황씨는 투자권유를 원함에 `√'표기를 하고 7개 문항으로 된 기초정보와 1개 문항으로 된 위험선호도, 2개 문항으로 된 기타 질문에 답했다.기초정보에는 나이와 투자기간, 투자경험, 금융상품 지식수준, 금융자산비중, 소득상태를 묻는 문항이 있었다.

위험선호도 항목도 선택해야 했다.

이미 국내주식형 5개, 해외주식형 2개, 머니마켓펀드(MMF)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보유하고 있는 자칭 펀드 전문가인 만큼 황씨는 거침없이 작성했다.결과는 1등급에 해당하는 81점. 그러나 황씨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등급은 3등급으로 나왔다.

자가진단 투자성향을 '위험중립형'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상품등급은 고객등급과 투자성향 가운데 낮은 쪽으로 평가된다.황씨는 "'손실 위험을 적극 수용' '투자자금 대부분을 위험자산에 투자할 의향' 등 문구가 너무 강해서 공격투자형이나 적극투자형에 선뜻 표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3등급 확인서에 자필서명을 한 황씨가 자기 등급보다 더 높은 2등급 상품인 '탑스 밸류 주식형'에 가입하고자 했기 때문에 `투자자확인서'에 다시 자필서명을 했다.

이후 직원의 수수료, 투자위험, 환매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고, 39쪽에 달하는 투자설명서도 줬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품이라는 빨간 글씨의 경고 문구가 적혀 있는 핵심설명서에도 자필서명도 해야 했다.

핵심설명서는 투자설명서를 요약한 A4 용지 한 장짜리 설명서를 말한다.

창구에 들어선지 15분이 훌쩍 지난 오전 10시가 다 돼서야 비로소 가입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펀드에 가입할 때 가입신청서부터 내밀었던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게 느껴진다.

미리 상품에 대해 인지를 한 탓에 황씨는 가입신청서를 간단히 읽고 자필서명을 했으며 투자설명을 듣고 설명서를 교부받았다는 서명을 1차례 더했다.

다 끝났다 싶었지만 `투자자 체크리스트'라는 게 또 나왔다.

투자설명을 들었다는 투자설명서와 내용이 다를 바 없었지만, 판매직원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서명을 1차례 더 해야 했다.

돈을 입금하고 가입이 완료된 시각은 10시15분.
결국 주식형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황씨가 한 자필서명은 5차례, 걸린 시간은 29분 정도였다.

황씨가 금융상품 경험도 많고, 나이도 젊어 최소한 거쳐야 하는 절차만 거쳐 이 정도 걸린 점을 감안하면 고령이거나 가입 경험이 없다면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 1시간은 족히 걸릴 것으로 보였다.

판매 직원이 보관해야 하는 서류는 총 6장. 기존 2장에서 3배로 늘어났다고 했다.황씨는 "가입시간이 너무 길어 투자자정보 결과 확인 이후에는 거의 형식적으로 읽고 체크했다"며 "생각보다 훨씬 번거로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ks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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