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스젠더 하리수 女의 꿈을 이루다

연예인으로 성공, 5월 5살 연하 래퍼와 결혼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트렌스젠더 연예인으로 성공한 첫번째 연예인인 하리수(32)가 5월19일 마침내 웨딩 마치를 울린다.

늘 결혼, 자녀 입양에 대한 꿈을 밝혔던 그다.

하리수의 결혼 소식은 여느 연예인의 혼인과는 사회적으로 남다른 의미가 있다.트렌스젠더로서 연예인으로, 사회인으로 서기까지 숱한 고난의 세월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2001년 한 화장품 광고 모델로 등장한 그는 트렌스젠더에 대한 편협한 사회 인식을 바꿔 놓았고 교제하던 남자와의 결혼을 통해 완벽한 '여자'로서 팬들 앞에 서게 됐다.

데뷔 시절부터 내내 하리수는 네티즌의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성전환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인 성적 공격에 홀로 맞섰다.

그 결과 2002년 인천지법에 호적의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고 이름을 '이경엽'에서 '이경은'으로 바꾸게 해달라는 '호적 정정 및 개명 신청'을 내 허가 결정을 받았다.

당시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예인이 돼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 관공서에 신분증을 제출할 때마다 겉모습과 달리 왜 남성 신분증을 갖고 있는지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며 "그때마다 프라이버시가 낱낱이 드러나는 것 같아 몹시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이 모든 것을 딛고 그는 연예계에서 배우 및 가수로 영역 확장을 계속해 나갔다.

중국ㆍ대만ㆍ말레이시아에 이어 일본 진출까지 시도했다.

중국에서 음반 활동을 펼쳤고 미국 화장품 회사 광고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하리수는 고려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초청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여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크게 해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대학 입시 면접 때 처음으로 성 정체성 문제를 고민했고 인생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죠. 편견과 차가운 시선, 나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닫혀진 마음들이 가장 어려워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미용일, 밤무대 가수 등 갖은 일을 다해봤어요."

그는 당시 "11년전 성전환 수술을 받을 때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이 있었지만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고 죽겠다는 생각이었다"며 "평생 망설이고 후회하며 사는 것보다 앞으로도 용기있게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리수는 가장 무서운 것이 한국의 '보수적인 편견'이라고 했다.

또 앞으로 여자로서 인정받는 연예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거창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그가 대중문화, 그리고 우리 사회의 편견을 물리친 발전 방향에 있어 전환점이 된 것만은 확실한 듯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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