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펀드, 벽산그룹과 한판승부 예고

'장하성펀드'로 알려진 한국지배구조개선펀드(KCGF)가 벽산건설 지분의 5.40%를 취득하고 벽산그룹측에 대해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벽산건설 최대주주인 인희의 벽산건설주 553만주 무상소각과 인희-벽산건설간 거래중단 등 장 펀드의 핵심 요구사항에 대해 벽산그룹 쪽에서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둘 사이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자드 에셋 매니지먼트가 운용주체인 장 펀드는 2005년 8월부터 중견 건설업체인 벽산건설[002530] 지분을 취득하기 시작해 현재 148만640주(5.40%)를 보유하고 있다고 5일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벽산건설은 장 펀드가 투자대상으로 공개한 8번째 상장사로 아직 양자간의 지배구조개선 관련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당분간 신경전이 예상된다.

이 펀드의 고문을 맡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작년 7월부터 지분공시 직전일까지 경영진과 수차례 대화를 통해 벽산건설의 지배구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의 개선을 위한 협의를 해왔다"며 "이번에 5% 주식보유현황을 공시함으로써 벽산건설의 지배구조 개선내용과 주주권 행사 계획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장 교수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인한 이익의 원상회복과 내부거래의 투명성 강화방안을 벽산건설에 요청했으며 경영투명성 제고 및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및 감사의 선임과 주주 중시경영 및 윤리경영 강화를 벽산건설에 요청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벽산건설 고위 관계자도 "지난달 31일 장 펀드 쪽에서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사실을 통보하면서 벽산건설과 그룹 계열사인 인희와의 모든 거래 중단과 이사회 참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벽산건설의 최대주주인 인희와 벽산건설과의 거래는 불필요하며 벽산건설의 가치를 유출시키는 부적절한 거래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회사측에 따르면 인희가 과거 벽산건설과의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인희가 보유한 벽산건설 553만194주(20%)를 무상소각하고 올해 3월 주주총회 전까지 둘 사이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라고 펀드는 요구했다.

또 장 펀드는 벽산건설의 이사회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하면서 최소한 펀드가 추천하는 1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벽산건설 쪽은 사외이사 선임 문제는 2대주주인 KTB네트워크(지분율 8.8%)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며 인희와의 거래중단이나 주식 무상소각 요구는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인희는 벽산그룹 김희철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전체 지분의 75.9%를 보유한 회사로 핵심 계열사인 벽산건설에 철근과 레미콘 등의 건설자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벽산건설 주식 1천440만6천370주(52.10%)를 보유하고 있다.

벽산건설은 ㈜벽산 등 6개 벽산그룹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어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인희는 그룹의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측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인희는 벽산건설의 주식을 취득하기 이전부터 55년간 건설자재 유통업을 영위한 업체로 벽산건설의 자재조달에 기여해왔다는 입장이다.

또 사외이사 선임문제도 현재 7명의 이사진 가운데 2대주주인 KTB네트워크가 3명의 사외이사를 차지하고 있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벽산건설 쪽은 밝혔다.

그러나 양측은 아직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회사측은 "최근에서야 장 펀드 쪽에서 자신들이 요구사항을 전달해와 검토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며 "회사발전을 위해 어떤 주주와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도 "향후 주주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며 경영진과 대화를 통해서 협력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경영진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다만 펀드의 지분취득 공시 이전에 5% 지분취득 사실과 펀드와 회사간의 지배구조개선 협상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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