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증시 북핵대책 세워라..尹桂燮 <서울대 교수·경영학>

작년 초만 해도 세계 주요 증권시장에서 2위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던 우리 증시가 금년에는 주가하락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북핵문제와 SK분식회계 사건 등 우리 시장 고유의 위험이 있다. 특히 북핵문제 동향은 주가지수와 환율의 등락을 불러오곤 한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한 4월25일의 주가 급락 및 환율이 급등한 상황은 북핵문제의 파괴력을 보여준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설비투자를 수반하는 해외직접투자의 감소를 가져온다. 문제는 북핵문제가 앞으로 예기치 않은 위기국면을 연출하며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인데,이는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평양측은 '식량과 에너지 지원 및 안보보장을 패키지로 요구하면서 이같은 조치가 모두 취해져야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핵개발 중단을 대북관계 개선과 경제 지원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미국으로서는 선후가 바뀐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핵개발과 미사일 수출을 이유로 수년 전부터 대북 경제제재를 다각도로 모색해오던 미국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그 동안 제재에 유보적 태도를 보여오던 한반도 주변국가들을 설득해 제재를 현실화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언한 이상 제재를 반대해 온 중국과 일본이 기존입장을 재고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쯤 되면 우리로서는 외교적 대응 못지않게 경제적 대응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북핵문제가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나아가 핵문제가 수반하는 위기를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북핵문제의 악화에 따른 증시 침체를 막기 위한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기금을 조성하거나,보유하고 있는 여러 자금을 이용해서 시장에 개입하는 시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해외투자자들이 북핵문제로 급히 철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주가 급락 가능성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가 실효를 거둘 경우,국민들은 주식시장을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3백50조원에 달하는 유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돼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세가 불안한 지역에는 투자를 꺼리는 해외투자자들의 심리를 상쇄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아시아 주변국과 비교해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투자과정에 소요되는 행정절차 간소화 역시 대폭 앞당겨야 한다. 또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조치들은 모두 경쟁국 수준이 아니라,훨씬 우월한 수준으로 시행돼야 한다. 북핵문제에도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활동을 주저하게 만드는,보이지 않는 장애물들을 제거해 경기 위축을 견제해야 한다. 심각한 지경에 이른 현장 인력난 문제는 최근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와 함께 고등 교육개혁이라는 큰 틀 속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양질의 인재를 배출하고,정부는 대학 교육환경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궁극적으로는 대학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상호의존 관계 모색이 시급하다. 물론 이 같은 대책의 시행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한 경제적 대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아직까지 정부는 북핵문제를 불경기나 경제난 책임전가용으로 사용해왔을 뿐,구체적인 대책에는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사실 증시에서는 현 정부가 증시를 경원한다는 불평이 들리고,해외투자자들은 동북아 중심국가를 지향한다면서도 직접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정부는 이제까지 견지해온 자세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만이 훗날 북핵문제가 우리 경제에 위기가 아닌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고 회고할 수 있을 것이다. kesopyun@snu.ac.kr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