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라크戰 기지.영공 제공 못한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미국 주도의 대(對) 이라크 군사공격에 자국의 기지와 영공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CNN 인터넷판이3일 보도했다. CNN은 중동전쟁 취재로 유명한 크리스티안 아만포 기자가 사우드 알-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를 상대로 가진 최신 인터뷰 기사를 통해 알-파이잘 장관이 영공 제공여부를 묻는 질문에 `노(no)'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알-파이잘 장관은 인터뷰에서 "알-카에다에 대항한 대(對) 테러전선에 동참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도 협력하겠지만 군사적 충돌을 위해 시설을 제공하는 것은전혀 별개의 문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만포 기자가 "그 말은 `노'를 의미하는 것인가"라고 재차 확인하자 "노"라고 단정적으로 답변했다.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에 영공과 기지를 제공했던 사우디는 그동안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관련해 영공 및 기지 제공에 관해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알-파이잘 장관은 "유엔을 통해 군사적 충돌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고 그것은 실제로도 가능하다"며 "이라크는 유엔 결의안을 준수하겠다는 의사를 아랍권 국가들에게 분명히 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고 군정을 실시할 경우 중동 안정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올 것"이라며 "이라크는 일본이 아니고 후세인은 히로히토(裕仁)천황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알-파이잘 장관은 9.11테러로 미국과의 관계가 달라졌느냐는 요지의 질문에 "우리는 갑자기 돌변하지 않는다. 오사마 빈 라덴의 의도는 미국과 우리를 `다리를 놓을 수 없는' 관계로 갈라놓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더 이상 젊은 사우디인들이 무모한테러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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