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주5일 근무 조건..李在雄 <성균관대 부총장>

공무원에 이어 은행권에서도 노사가 서둘러 주5일 근무에 합의했다. 오는 7월부터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은행들이 일제히 문을 닫는다. 이같이 공무원과 은행권이 앞서서 주5일 근무를 실시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아마 합의가 안돼 난항을 겪고 있는 노사정 협상을 일거에 마무리,전 산업으로 주5일 근무를 앞당기기 위한 전략이며 배려인 것 같다. 관청의 인허가와 은행의 자금결제를 막으면 기업활동은 전혀 할 수 없다고 본다. 앞으로 기업들도 덩달아 토요휴무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5일 근무를 하게 되면 좋은 점도 많단다.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6년,그동안 외환위기를 맞는 바람에 오히려 개도국,신흥시장국으로 후퇴하는가 싶더니 이제 주5일 근무를 시작하므로 명실공히 선진국이 되는 것 같다. 토요 휴무를 실시하면 관광,레저산업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좋단다. 소비가 늘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소비가 곧 생산이 된다는 것이다. 기존 인력은 줄지 않는 반면 관광·레저산업 쪽에서 고용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이다. 임금도 오르고,고용도 늘고,노는 날도 늘어나는 이런 좋은 세상을 하루 빨리 앞당기기 위해 노조는 월드컵 기간 중에도 연대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미 사회보험,보건의료,택시,금속노조 등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이번 기회에 노동탄압 중단,비정규직의 정규직화,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 근무제,기간산업 민영화 철폐 등을 내걸고 연대파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있으며,대망의 2002월드컵경기는 이번 주말부터 시작된다. 노조는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세게 나가는 것 아니겠는가. 은행권의 주5일 근무에 따라 서민 금융기관 등 전체 금융산업이 이를 따를 기미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지역이나 금융기관의 특성에 따라 토요일이나 평일의 저녁때에도 근무하는 금융기관이 적지 않다. 고객과 기업활동의 편의를 위해서다. 모든 금융기관이 일제히 주5일 근무를 실시할 경우 기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고객들에게 주는 불편이 적지 않을 것이다. 토요휴무에 따라 수출입 대금결제가 지연될 뿐 아니라,인건비 및 실질금리 상승으로 기업경쟁력을 현저하게 약화시킬 것이다. 휴일수 축소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권 노사가 부분적인 임금보전을 해주는 형태로 주5일 근무에 합의한 것은 결국 인건비 상승을 초래한다. 대기업에 비해 인력 및 자금사정이 어렵고 경쟁력도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더욱 불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수출 등 대외업무의 차질이 생길 수 있고,사회적으로도 휴무확대 분위기에 따른 생산활동의 이완과 생산성 저하도 우려된다. 게다가 주5일 근무로 인해 기업의 실질금리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기업은 종래에 6일동안 자금을 쓰고 내던 이자를 앞으로는 5일동안 쓰고 내야 한다. 따라서 실질금융 비용부담이 10%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건설부문,제조업부문 등은 생산기간이 길어지고 공기가 연장돼 인건비 부담,금리부담 등이 커지고 코스트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부채비율이 높고 재무구조가 취약하다. 주5일 근무로 금융비용이 더욱 늘어나면 임금인상 효과와 함께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그 결과 주5일 근무제는 우리기업의 대외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과 투자를 위축시키는 반면 소비를 촉진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제,정부규제,노사관계 등 열악한 국내 투자 환경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마당에 앞으로 기업의 해외도피는 가속될 것이다. 국내에는 투자,생산 등의 공동화 현상이 생길 우려도 없지 않다. 주5일제를 실시하기에 앞서 휴일수,임금,금리 등을 적절하게 조정해 기업들의 과중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행 임직원들도 주5일 근무하면 좋은 일이지만 월급까지 더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실제로 5일 밖에 쓸 수 없는 돈을 빌려주고 6일간의 이자를 부과하는 것도 재고해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은행의 대출금리도 상당폭 내려야 할 것이다. clee@yurim.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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