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이전개관전 열고 새 출발

수도 서울이 어엿한 자체 미술관을 갖게 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7일 오전 11시 고건 서울시장 등 관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을 열고 서울의 대표적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난다. 미술관은 개관기념전으로 '한민족의 빛과 색'전을 이날부터 7월 5일까지 마련해 한국문화와 전통에 대한미술적 탐색에 나선다.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경희궁터의 옛 서울고교 본관 건물을 임시 사용해왔던 시립미술관은 올해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옛 대법원 자리로 이전, 개관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현대미술의 산실로 재탄생하게 됐다. 시립미술관은 280억원을 들여 착공 3년만에 지상 3층, 지하 2층의 현대식 건물을 지난달 말 완공했으며 현재 개관전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건물은 6개의 전시실과 자료정보실, 예술체험공간, 뮤지엄숍, 카페테리아 등 부대시설을두루 갖춘 종합미술센터다. 서울시는 1920년대 경성재판소로 건립됐다가 해방 후 대법원으로 쓰인 옛 건물을 내부개조해 사용하는 방안을 당초 검토했으나 건물이 워낙 낡은데다 미술관 용도로도 적합하지 않아 전면 벽체만 보존ㆍ복원하고 나머지는 새로 짓는 방향으로 결론을 낸 바 있다. 총 4천64평 규모의 신축 미술관은 전시실마다 크기와 형태, 천장 높이, 바닥마감 등에 변화를 주어 작품 성격과 기획자의 연출의지에 따라 다양한 전시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덕수궁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옥상 전망대와 첨단시설을 구비한 280여평 규모의 수장고도 미술관의 자랑이다. 미술관은 이전개관을 계기로 소장품 1천여점을 확보한 가운데 직제와 정원도 2개과 22명에서 1부 4개과 50명으로 늘려 전시와 운영의 효율화를 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예산이 과거보다 증액됐고, 그동안 미진했던 작품구입이 활발하게 추진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됐다. 미술관은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전통문화 등 모든 미술 장르에 걸쳐 120여작가의 작품 150여점으로 개관전을 꾸며 색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우리 색의 정체성 찾기를 시도한다. 모두 6개 전시실에서 열릴 개관전은 '빛에서 색으로' 등의 소주제로 구성되며 무형문화재 김희진씨의 전통매듭 전시 등 관련 행사도 개최된다. 미술관 2층 상설전시실에 마련되는 '천경자의 혼'전은 천씨가 서울시에 기증한1940년대에서 90년대 후반에 이르는 작품 93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 전시실에는 붓, 물감 등 화구는 물론 거실의 재현공간도 있어 천씨의 예술적, 인간적 체취를 느낄 수 있다. 이밖에 '문자와 인간'전(7월 26-8월 15일) '현실주의'전(7월 19-8월 20일) '미디어_시티 서울 2002'(9월 26-11월 24일) '서울미술대전'(12월 5-24일) 등의 전시도 올해 기획전으로 준비중이다. 그러나 수장고가 소장품을 더 수용하기 힘들 만큼 좁은데다 주차공간도 소형차 30대 정도밖에 수용할 수 없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미술관측은 가급적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달라고 관람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유준상 관장은 "전시 위주의 단순기능에서 탈피해 기본 프로그램 개발과 공급, 관련 연결망 구축 등을 통한 시각문화 창달의 구심점으로 미술관의 기능을 확장시키겠다"면서 "모든 시민의 휴식과 사색, 재충전과 치유를 위한 쾌적한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년에 일본 순회전을 가질 '한민족의 빛과 색'전 관람료는 어른 2천원, 학생 1천원. ☎ 2124-8819.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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