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근로시간단축 합의 못하면..宣翰承 <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지난 2년 동안 끌어온 근로시간단축 협상이 최후담판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합의에 이르지 않는다면 정치일정상 국민의 정부 하에서는 근로시간단축 및 주5일 근무제 도입이 물 건너갈 공산이 크기 때문에 노사정 모두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사간 이해관계가 워낙 크게 걸려 있어 이같은 당위성과 절박감만으로는 대타협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근로시간단축 및 주5일 근무제가 원만히 해결되기 위해선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사 입장을 보면 핵심쟁점의 경우에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노사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협상팀이 우선 해야 할 일은 노사정위원회의 공익위원안과 합의대안을 토대로 타협 가능한 새 협상안을 만들어야 한다. 공익위원안은 작년 9월 말 발표된 이후 노사 모두 불만을 갖고 있으며,합의대안 또한 노동계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노사 협상대표가 이들 두가지 대안 중 각기 유리한 부분만 고집한다면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 협상팀이 해야 할 일은 해당 조직에서 '협상 가능한 수준'을 활발한 토론을 통해 확정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4자회담 대표는 각자 협상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상대 입장을 떠보는 정도에 그치게 되어 공연히 시간만 낭비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노총의 경우 산별대표자 회의에서 각 산별의 요구수준에 관한 의견청취 절차를 거쳤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 더구나 경영계의 경우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대안 수준에 관한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전경련 등 경제단체와 주요 대기업집단 사이에 활발한 의견교환을 통해 합의를 위한 최종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협상이 원만히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막중하다.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근로시간단축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근로시간단축 기업에 사회보장비를 삭감했고,일본은 중소기업지원방안을 적극 마련했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다양한 인센티브제 개발에 즉각 나서야 한다. 이러한 지원방안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근로시간단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에 대한 해결방안 마련과 단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노동비용증가에 대한 부담경감 대책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시적이나마 근로시간단축의 모범기업에 외국인력의 우선 배정과 세제금융의 지원이 고려될 수 있다. 근로시간단축 및 주5일 근무제 도입은 세계적인 대세이며,이로 인한 효과와 편익은 노사 모두에게 만만치 않다. 근로자에게는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경영계는 불합리한 근로시간 관행을 바로잡는 기회를 갖게 된다. 더욱이 올해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그리고 지자체 및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어 있어 노사관계 안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근로시간단축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고 표류한다면 노동계의 투쟁을 위한 빌미가 될 수 있으며,그럴 경우 굵직한 행사들이 축제속에 치러질 수도 없을 것이다. 노사정위원회에서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대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개별 산별과 기업이 단체교섭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나 이는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단체교섭으로 근로시간단축이 이루어지고 있는 독일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매년 단협협상은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교섭으로 이어져 노사불안을 야기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노·경총 등 전국단위 노사단체도 자칫 근로시간단축 협상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노사관계 기본축이 허물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노사정위원회의 협상대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대타협을 이루어 내야 한다. sunhs@catholic.or.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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