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價전략 값인상 "담합 아니다" .. 대법 판결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상대 회사보다 자사 제품이 고급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기 위해 경쟁적으로 잇따라 가격을 올린 경우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했다는 분명한 증거가 없으면 담합으로 간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상품가격책정은 마케팅전략의 수단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보고 법원이 기업의 손을 들어준 동시에 마케팅전략과 담합의 경계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관련업계는 물론 향후 기업들의 가격경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27일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 명령 등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경쟁사를 따라 커피값을 올린 것은 '값이 싸면 오히려 잘 팔리지 않던' 당시 국내 커피시장의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경쟁이 감소됐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끼리 담합했다고 추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판결은 수요공급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던 당시 커피시장의 특수성이 반영된 예외적인 사례일 뿐"이라며 "대부분의 제품은 담합으로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경쟁이 제한되기 때문에 공정위가 따로 경쟁 제한성을 입증하지 않고도 '정황'만으로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인스턴트 커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는 97년 9월부터 98년 1월 사이에 3∼4차례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다 같은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각각 17억원과 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소송을 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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