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드레싱

외국인이 매물을 토해내면서 종합지수 900선에 대한 돌파시도가 세 번째 무산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 매도라는 걸림돌을 어떻게 흡수하면서 900선 돌파와 기관화 장세를 이어갈 지, 추가 조정과 900선 돌파를 위한 에너지 확충이라는 갈림길에서 매매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외국인은 최근 반도체 D램 가격이 약보합세를 보이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를 한껏 드러냈다. 그러나 종합지수 880선을 내줬다고 하더라도 단기 급등에 따른 장중 또는 부분 조정으로 과열 열기를 식혀주면서 대기매수세에 매수기회를 선사할 것이라는 '조정시 매수론'을 꺾지는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래 경기회복세와 함께 주가가 850선을 돌파한 이래 경기나 수급 등 증시 여건상 하락경계감은 그다지 크지 않은 상태가 됐다. 자금 수급면에서 고객예탁금, 장기증권 저축을 포함해 주식형 펀드 자금유입 등이 지속되고 지난주말 발표된 2/4분기 대한상의의 유통업BSI나 신용보증기금의 중소업체BSI 등도 크게 개선됐고 수출 증가 기대감도 여전하다. 특히 이번주 3월 마지막주에 들어서 3월말 결산을 앞두고 투신을 비롯한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 기관들의 운용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종가관리 매수(window dresswing)가 유입될 것이라는 시각이 크다. 그렇지만 외국인이 이를 이용해 마음껏 차익실현 등 매도하고 있다는 점, 개인들의 미수금이 1조원을 넘은 상태에서 자칫 조정이 이어질 경우 시장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KGI증권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외국인 매수 여부가 900선 돌파에 관건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경기나 기관 등 수급면에서 증시 안정감이 높아져 견조한 매물소화과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래소가 보합권 등락을 할 경우 수익률은 코스닥에서 나게 될 것"이라며 "지수관련주를 피하는 가운데 내수주보다는 수출이나 구조조정 관련 개별주에 주목하는 게 바람직하다" 말했다. ◆ 종합지수 880선 하회 = 25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16.57포인트, 1.85% 떨어진 879.41로 마감, 지난 19일 이래 처음으로 880대 이하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93.63으로 0.67포인트, 0.72% 하락, 사흘만에 하락했다. 코스피선물 6월물은 109.50으로 2.10포인트, 1.88% 하락, 닷새만에 110선을 내줬다. 시장베이시스는 콘탱고 흐름이 이어진 가운데 장후반 낙폭이 다소 커지며 0.07로 베이시스가 축소됐다. 이날 외국인은 2,222억원을 순매도, 지난 14일 3,643억원 이래 가장 많이 팔았다. 외국인 매도는 지난주 금요일 미국 주가가 실적 악화와 금리인상 우려감에 하락한 가운데 2/4분기 반도체 가격 조정 등을 배경으로 차익실현을 병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개인이 2,37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난 14일 4,548억원 이래 최대 매수를 하면서 외국인과 엇갈린 태도를 보였다. 기관은 은행이 179억원을 순매도하며 207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으나 대체로 매수와 매도간 불균형이 크지 않았다. 특히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에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면서 프로그램 매매는 균형을 이뤘다. 비차익에서 차익매물이 나왔으나 차익거래에서는 매수가 매도보다 많았다. 프로그램 매도는 차익 203억원, 비차익 1,633억원을 합해 1,836억원이었고, 매수는 차익 424억원, 비차익 1,404억원으로 1,828억원을 기록했다. ◆ 삼성전자 등 대형주 약세 = 업종별로는 섬유의복, 화학, 의약품, 운수창고만 강보합세를 보였을 뿐 나머지 종목은 대부분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 한국통신, 포항제철, 현대차 등이 3% 하락했으며, 기아차와 신한지주 등은 4% 이상 떨어지는 등 대형주의 낙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과 파이낸스아시아지에서 한국의 최고기업으로 선정됐으나 반도체 현물 가격이 최근 약보합세를 보인 데 따라 외국인 매물이 집중됐다. 포항제철은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수입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중국이 반덤핑 제소를 함에 따라 약세 요인이 부각됐다.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어 수입절차 등 비관세 장벽을 통해 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정부와 산업계의 동향이 주목된다. 최근 코스닥을 이끌던 통신주도 외국인 매도가 늘자 오후들어 하락 전환했다. KTF, LG텔레콤이 3% 안팎 하락한 가운데 하나로통신은 1% 가량 하락했다. 한국전력은 정부가 연세대로 옮겨 파업집회를 벌이던 발전노조를 공권력으로 투입하는 흉흉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저평가 인식이 제고, 약보합 수준으로 선방했다. 현대건설은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2% 가량 상승세가 유지됐다. 개장초 청와대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발표설이 흐르며 9% 이상 급등했으나 임동원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4월중 특사파견이 발표되자 상승폭을牡?뒤 지수 하락에 따라 상승폭을 덜었다. 거래소에서 하락종목이 559개로 늘어나며 상승종목 237개의 두배를 넘었다. 그러나 하한가 종목이 23개에 그쳤고 상한가도 23개가 유지되는 등 시장심리가 크게 꺾이지는 않았다. 코스닥시장에서도 하락종목이 436개로 상승종목 313개를 상회했다. 그러나 상한가가 50개로 하한가 10개를 크게 앞서는 등 종목별 수익률 게임이 성행했다. ◆ 기관의 뒷심 기대 = 현재로서는 외국인 매도가 당장 급매수로 전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미국의 뮤추얼펀드에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있으나 미국 시장이 우상향의 길를 타고 있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도 금리인상을 논할 만큼 회복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의 과열 논란에서 보듯이 회복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물론 지난해 테러까지 포함돼 과도한 금리인하가 이뤄졌고 주택 등 부동산과 개인 소비 등에서 버블화의 경계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실적이 더 크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한 국민경제의 종합적인 경제성적표인 경제성장률(GDP 기준)의 경우 미국이 이번주 최종치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지난해 4/4분기 1.4% 성장으로 예상을 넘었고, 국내도 4/4분기 3.7%를 일궈냈다. 미국의 경우 기업실적 개선이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으나 자금이 서서히 돌면서 경기회복의 훈기가 실적으로 점차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미국이 경기순환상 "더블 딥"(double dip) 경계감이 금리인상 논란과 맞물리고 있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전 기대가 최근의 한미간 동조화 약화의 근저를 이룬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이 국제금융시장에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주 무디스의 한단계 상향 시사 발언이 '재탕 삼탕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꿈쩍하지 않았으나 시장이 '재료화'하면서 상승하고픈 욕구를 과도하게 드러냈다. 특히 국내 시장 참가자들은 국제적 신용평기관의 '흘리기 정보'가 정보 비대칭에 따른 시장의 자원배분에 왜곡을 낳는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는 일인 데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이를 도외시했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날 피치의 방한은 무디스의 '뒷북성' 한단계 올리기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지난 IMF 위기 이래 A등급 회복 가능성 여부가 주목된다. 조사시기가 3월말까지이고 신용등급 발표시기는 좀더 걸릴 수 있으나 국제신인도 향상이 해외차입금리 하향을 포함해 증시 입장에서도 2/4분기 반도체 가격 횡보조정 예상을 흡수할 경우 폭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피치의 방한으로 국가신용등급이 A로 상향될지 새로운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며 "일단 이번주 수출회복 여부를 확인하면서 매물소화과정에 대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 시장 변동성과 관련해 이번주 3월말까지는 외국인 매도가 900선 공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이후 옵션 만기일까지 기관 등 매물소화과정도 예견하는 시각이 있으나 일단 단기적으로 경기보다는 가격과 수급상 여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관 주도장세, 경기회복과 맞물린 대세상승론이 중심이 된 상황에서 기술적 지표나 분석의 유효성은 떨어질 수 있으나 지난 7일 이래 처음으로 두자리수 이상 하락했고 880선을 하회하면서 5일선을 이탈한 터이다. '조정시 매수' 전략이 시장의 주류론으로 증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선순환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이상, '850선 돌파 이후 반드시 1,000선 돌파'라는 경험론을 굳혀야 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공감대가 뒷심을 받을 지 주목된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외국인이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가 하락했으나 조정시 매수 시각은 유효하다"며 "국내 자금력을 바탕으로 3월 결산에 앞서 기관이 조정을 이용한 매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