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장세로 이동

가볍게 800 고지에 올라선 증시가 3월을 맞이했다. 3월 증시는 상승 분위기를 연장하며 고점 테스트에 나설 전망이다. 해외여건와 수급상황 등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게 강점이다. 또 2월 증시에서 나타난 뉴욕증시와의 '차별화'나 선도주와의 '동조화' 경향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내 경기가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국가신용등급 상향 등 재평가 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종합지수가 지난해 9월 미국 테러 이후 5개월 연속 양봉을 그리는 등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과 함께 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적장세로 이동해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수출회복과 같은 뚜렷한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봄을 맞은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패턴 변화에 따른 수급장세가 전개된 이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선물·옵션·종목옵션 동시 만기일을 거쳐 방향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올 증시의 최대 화두인 실적과 가격을 기준으로 한 종목별 대응 전략을 유지하되 지수 흐름을 결정할 삼성전자나 한국통신의 탄력에 따라 업종대표주, 기술주에 대한 매수기회를 포착할 것을 권한다. ◆ 수급에서 실적으로 = 2월 한 달간 종합주가지수는 1월에 비해 9.61% 상승했고 코스닥지수는 1.74% 올랐다. 종합지수는 1월 상승률 7.8%를 넘어섰다. 코스닥 상승률은 1월 7.1%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2월 증시는 단기 급등에 따른 에너지 소진과 엔론파장 확산, 한반도 긴장 고조 등 해외 여건 불안으로 조정에 들어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14일 설 연휴 기간 나온 호재를 응축해서 받아들이며 사상 두 번째 상승폭을 기록, 상승분위기를 되살렸다. 이후 박스권을 형성한 증시는 최근 증시의 흐름으로 굳어진 '짧은 조정 후 재상승'하는 계단식 패턴을 보이며 지난 2000년 7월 이후 19개월만에 종합지수 800을 돌파했다. 뚜렷한 모멘텀이 제공되지는 않았지만 기관이 매수주체로 떠오르며 레벨업을 이끌었다. 기관은 대량의 프로그램 매수 등으로 외국인 매도 공세를 흡수했다. 개인은 조정 시 매수관점을 유지하며 강세를 지원했다. 증시는 기관에 의해 지지력을 확인하고 재상승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보일 공산이 크다. 주식형 수익증권 등으로의 자금 유입이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 3월 중순 경에는 국민연금 투입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수급장세는 14일 예정된 선물·옵션·종목옵션 동시 만기일(트리블위칭데이)까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2월 말 '돌아온 외국인'의 매매 패턴 변화 여부와 지난 27일 현재 7,823억원으로 연중 최고 수준을 가리키고 있는 매수차익거래잔고가 부담이다. 트리블위칭데이를 거친 증시는 추가 상승보다는 조정에 무게가 실린다. 종합지수 800대는 어느 정도의 경기회복을 반영하고 있고 차익실현 욕구가 분출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수급에서 실적으로 이동하는 대세상승 분위기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뉴욕 등 해외증시 상승, 하이닉스 매각 등 구조조정 마무리, 일본의 강력한 디플레 대응, 수출회복 등 국내외 여건의 호응과 함께 호흡조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 수출, 레벨업의 열쇠 = 증권사들의 상반기 종합지수 전망에서 심심치 않게 1,000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만큼 중장기 시황이 긍정적이고 대세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증시가 한 단계 레벨업되기 위해서는 수출 회복이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나타나듯이 해외 증시와의 차별화를 이끌어낸 원동력인 국내 경기 회복은 지나치게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이 바닥을 쳤다는 뚜렷한 신호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해외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날 뚜렷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회복 후 다시 침체한다는 더블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린스팬 미국 연방제도준비이사회(FRB)은 조심스런 낙관론을 견지했다. 일본의 3월 위기설은 여전하다. 지난 25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달 수출 감소율이 8개월만에 한 자릿수로 둔화됐으나 설 연휴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수출은 지난해 3월 감소로 돌아선 이래 1년 내내 감소 추세를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출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중 하나인 수출신용장(LC) 내도액은 1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8% 줄어 13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수출신용장 내도액은 보통 3개월 이후 수출상황을 가늠하기 때문에 13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점은 수출회복을 상당기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수출이 뚜렷한 회복 추세를 보이는 내수 경기와 더불어 증가하지 못한 채 시차를 둘 경우 경기회복 '속도'와 '높이'는 그 만큼 제약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설 연휴와 공기업 노조의 파업 등으로 인해 2월 산업활동 동향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봄을 맞은 3월 수출이 감소폭을 좁힐 수 있을 지 관심을 놓지 말아야겠다. ◆ 구조조정과 신용등급 = 국가 신용등급 상향이라는 달콤한 호재가 3월에 나올 경우 상승 분위기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측된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연례협의단 방한에 이어 피치는 실사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흘간의 방한을 마친 무디스는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 말까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Baa1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현재 무디스는 한국에 대해 Baa2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은 "2개월 이내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계획이지만 2단계 상승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신용등급을 가장 먼저 올린 피치는 3월중 실사단을 파견, 국가 신용등급 재평가에 나선다. 한국에 대해 BBB+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피치가 다른 평가사에 앞서 A를 선물할 지 주목된다. 한편 싫든 좋든 증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구조조정 모멘텀이 차일피일 시간을 끌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하이닉스, 대우차판매, 현대투신 등 구조조정 현안이 다시 새 달을 맞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시장 분위기 차원의 문제라는 점에 중요하다. 최대 변수인 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부문 매각 협상은 당초 예상했던 이달 안으로 매듭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주초 마이크론에 수정협상안을 보낸 뒤 이날까지 수용여부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답이 없다. 현대투신 외자유치는 AIG와의 협상이 어긋난 뒤 한 달이 훌쩍 넘게 지났지만 미국계 푸르덴셜금융과의 협의가 진척되고 있다는 발표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다. 대우차매각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본계약 체결을 위한 배타적 협상기간이 지난 1월 20일로 끝난 데 이어 정부가 예상했던 2월 말까지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GM은 오는 4월 말까지 최종협약이 체결을 미루고 있다. ◆ 종목별 대응 유효 = 3월에도 종목별 대응이 바람직하다. 트리플위칭데이가 다가올수록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는 데다 외국인과 기관의 힘겨루기가 나타나는 수급 장세에서 지수관련주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실적전환형 기업을 의미하는 '턴 어라운드' 종목에 대한 관심은 지칠줄 모르고 종목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활발하게 전개되는 수익률 게임은 저평가된 종목과 소외종목으로 매기를 확산하고 있는 점도 이같은 추세 연장을 점치게 한다. 실적과 가격을 잣대로 삼아 '턴 어라운드' 종목에 관심을 갖는 한편 테마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방송을 시작하는 디지털 위성방송과 관련한 LG전자, 삼성SDI, 휴맥스, 현대백화점, LG홈쇼핑 등은 대부분 성장성 등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대세상승기라면 배당 투자로 잡을 수 있는 두 마리 토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배당과 관련한 실적개선 3월 결산법인중 대신증권, 하나증권 등은 증시활황에 따른 강세도 기대된다. 지수관련주 흐름은 삼성전자와 한국통신으로 예측 가능하다. 이들 종목이 탄력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업종대표주, 기술주로의 포트폴리오 변경을 고려할만 하다. 지수가 주도주를 중심으로 강하게 움직이면 개별 종목은 소외되는 경향이 짙다. 최근 저평가 논리와 민영화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통신은 반도체와 더불어 기술주의 축을 구성하고 있는 통신주 탄력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상승 추세를 그려온 D램 가격이 128메가SD램 기준으로 4달러선에서 횡보하고 있음에도 1/4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분기 영업이익 660억원의 14배에 달하는 규모. 지난해 증시를 몰아친 가치주 열풍이나 최근의 턴 어라운드 종목 찾기는 경기침체와 회복국면에서 모두 실적이 가격 부담을 뚫을 수 있는 최대 모멘텀임을 방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분기 실적을 점칠 수 있는 3월 말이 다가오면 기술주 편입 비중을 높이는 편이 낫다. 삼성전자가 긍정적인 실적 전망으로 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설 경우 종합지수의 탄력도 그 만큼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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