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부자 되세요'

연초 BC카드사에서 내보낸 '여러분,부자 되세요'가 인터넷방송국의 조사 결과 네티즌들이 가장 좋아하는 광고문구로 뽑혔다고 한다. 광고는 시대와 사회상을 대변한다고 하거니와 국내의 광고문구는 그동안 수많은 말들을 만들어냈다. 식음료 광고가 주를 이루던 70년대엔 '주고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아이스크림) '흔들어주세요'(과즙음료), 화장품 광고가 한창이던 시절엔 '미인은 잠꾸러기' '산소같은 여자' '여자의 변신은 무죄' 등을 내놨다. 소형차와 가구 가전제품 광고가 뜨던 90년대 초중반엔 '작은 차 큰 기쁨'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를 전파시켰다. 90년대 후반 이동통신 광고가 부상하면서 유행어는 더욱 늘어났다. '걸면 걸린다''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에서 '잘자 내꿈꿔''사랑은 움직이는거야' '묻지마 다쳐'까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부터 그 자리를 신용카드 광고 카피가 대체,'내게 힘을 주는' '떠나라' 등을 퍼뜨렸다. 국내의 경우 아이스바 세탁기 등 거의 모든 제품 광고에서 성적(性的) 이미지를 차용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사회현상과 연계시켜 이야기와 정보로 승부하려는 경향이 짙다. '부자 되세요'가 급속히 확산된 데도 '올해는 형편이 좀 나아졌으면'하는 사람들의 절실한 소망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한 외식업체의 CF문구에서 비롯된 '…했으면 하면 작은 소망이 있네'가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광고계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바넘은 일찍이 "광고는 상품이 아니라 이야기를 파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잘만든 광고는 '이기심에 호소하고,뉴스를 전하고,호기심을 일으키고,신뢰를 주는 것', 좋은 광고는 '재미있고 정겹고 메시지가 정확한 광고'라고도 한다. 얼마나가 아니라 어떤 영향을 주느냐가 중요하다는 말도 있다. 저축추진중앙위원회의 80년대초 광고 카피가 '먹어 치우기는 쉬운 일'이었음을 생각할 때 소비의 상징인 신용카드 광고에서 "부자 돼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건 실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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