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中企, 사우디 합작투자 확대해야..張世日 <일성엔지니어링 회장>

중동지역은 아시아,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이 맞닿는 곳이어서 '세계의 육교'라고 불린다. 이곳 중동권이 새삼 필자의 관심대상이 된 것은 최근의 테러사태나 세 대륙이 연결되는 지정학적 환경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안팎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사우디와 합작투자를 희망하는 국내 각 분야의 유망 중소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중소기업합작투자사절단의 일원으로 한.사우디경제협력위원회(위원장 김선동 에쓰-오일 회장)의 지원 아래 중동지역의 중심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이며 우리나라의 최대 석유공급원이기도 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사회간접시설 구축을 완료하고 석유의존적 산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외국인의 투자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확대 등 제조업 육성에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수입대체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분야와 낙후된 정보통신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발전경험과 생산기술 이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의 중소기업은 사우디 시장에 대한 이해와 정보가 부족하고 시장 접근 또한 여의치 않아 중소기업의 사우디 진출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해 이번 중소기업투자사절단은 사우디의 외국인투자 지원제도와 투자절차 등 투자환경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상담활동도 병행했다. 합작투자 상담은 단순히 물건만을 파는 수출.입 상담과는 달라서 상담에서 계약, 공장 가동까지 많은 시일이 소요되지만 이번에 참가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합작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상당한 준비를 해온 터라 상담과정은 매우 순조로웠다. 합작투자 상담회에는 1백여명의 사우디 기업인들이 참가해 7천만달러의 상담실적을 올렸으며 일부는 상당한 진척이 이뤄지기도 했다. 특히 참가 기업중 RC-System의 콘크리트 구조물 보수, 중보화학의 일회용 주사기, 두성전자의 계측기 등의 합작투자 사업은 사우디 쪽에서 보다 적극성을 보이는 등 사업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 합작투자 공장이 가까운 장래에 사우디에서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리야드의 제2산업공단에서 둘러본 몇몇 중소기업은 기술 및 생산부문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었다. 사우디가 막대한 오일달러로 최신설비를 갖추고 선진기술을 도입해 단기간에 기초산업 수준을 뛰어넘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직은 일부 산업에 국한된 현상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 정도의 산업 발전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광대한 중동시장을 놓고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지도 모른다는 조급한 마음까지 들었다. 먼저 산업화에 나섰다는 자만심에 안주하고 단순한 상품 수출로 중동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만큼 중동은 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에 아직까지 미지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동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합작투자와 기술협력 등 중동인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진출전략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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