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추세전환인가

'수급이 재료에 앞선다'는 증시 논리가 다시 먹히고 있다. 반도체주가 투자 심리를 녹인 뒤 상승세를 확산했다.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연장 논리가 힘을 얻으며 저가매수세를 활발히 불러들였다. 증시는 뉴욕 증시를 따라 강세를 보이며 실적악화와 경기부진을 별 충격 없이 흡수했다. 외국인은 현선물을 동시 매수하며 이끌었다. 목요일 뉴욕 증시는 반등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거래 참여가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 네트워킹 등 기술주를 앞세워 막판 오름세를 탔다. 나스닥지수는 휴렛 팩커드의 실적 경고와 감원 발표를 딛고 사흘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장 종료 후에도 광통신 네트워크 장비업체 JDS 유니페이스가 손실과 감원을 발표하고 시간외거래에서 급락했지만 파장은 번지지 않았다. 나스닥선물지수는 20포인트 가까운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저가매수 열기는 바다 건너 국내 증시에도 가감없이 전달돼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대만 증시도 S&P가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조정했음에도 불구, 1%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역시 반도체주가 강세를 주도했다. 반도체주 강세는 "바닥은 이미 지난 4월에 지났고 현재 모토롤라 주문이 늘고 있다"는 내셔널 세미컨덕터의 긍정적인 진단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점, 여전히 반도체 현물가격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반도체주 강세는 하락골이 깊어진 데 따른 저가매수세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실적 악화와 감원, 그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라는 악재를 '가격논리'가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매수세는 당초 미국 2/4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장을 지배하리라는 전망을 넘어섰다. 실제 발표 당일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지 관심이다. 금요일 뉴욕 증시에서는 GDP 외에 신축주택 판매동향이 나오며 장세를 움직일만한 기업실적 발표는 예정돼 있지 않다. 미국 GDP 성장률은 1/4분기 1.2%에서 2분기에는 1% 아래로 떨어졌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CBS마켓워치는 이날 2/4분기 GDP 성장률을 0.8%로 추정했다. 전망치의 상단부인 1%대를 유지한다해도 큰 반응을 기대하긴 어렵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 4월 말 2.0%로 높게 추계되면서 증시에 상승 기운을 불어넣었다가 결국 1.2%로 확정집계된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래로 0.5%까지 전망되는 만큼 경기 침체 우려를 확인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국내 경기도 호전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산업생산이 6월 32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월 25일까지 무역적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억달러 넘게 확대됐다. 6월 경상수지는 5월 21억6,000만달러에서 10억4,000만달러로 약 11억달러 감소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