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증시] '경기회복 불투명' 비관論 확산

미국경제가 올 하반기부터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흔들리면서 월가도 힘이 빠지는 양상이다. 올 연말 주가가 지금보다 30%(S&P지수 기준) 오를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애비 코헨같은 유명 애널리스트들의 낙관론이 아직 건재하지만 현재로선 다우 10,000, 나스닥 2,000선을 지키기가 어려울지 모른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점점 다져지던 바닥을 다시 깨뜨려 놓은 종목은 세계 최대 정보저장장치 업체인 EMC. 지난 5일(목요일) 장이 끝난뒤 2분기수익이 예상(주당 17센트)보다 훨씬 못한 4~6센트에 불과할 것이라는 발표는 다음날 주가를 26%나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정보저장장치를 만드는 경쟁업체인 브로케이드커뮤니케이션(-22%) 에뮬렉스(-19%) IBM(-5%) 등도 이날 동반 추락했다. 월가에선 EMC의 부진을 남다르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 나스닥을 풍미한 오라클 시스코시스템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노텔네트워크등 이른바 '기술주 5인방'중 아직까지 투자자들의 신망을 잃지 않았던 유일한 종목이었던 탓이다. 나스닥의 풍향계인 반도체 업체들도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AMD(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스)가 매출이 17% 감소했다는 발표로 금요일 하루만에 27% 폭락한 것을 비롯 어플라이드 마이크로 서킷(-8%), 사이프레스반도체(-6.4%) 등이 모두 크게 떨어졌다. 필라델피아증권거래소의 반도체지수는 이날 8.6% 밀렸다. 이처럼 기술주들의 약세로 지난주 나스닥은 7.2% 하락한 2,004.16으로 2,000선을 간신히 턱걸이 했고 다우도 2.4% 떨어진 10,252.68을 기록했다. S&P500은 2.8% 내린 1,190.59. 살로먼브러더스캐피털펀드의 로스 마골리스 매니저는 "EMC의 수익발표는 그동안 기술주바닥론을 앞세우며 주식을 매입하던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며 "지금이 주식을 살때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모건스탠리의 수석전략가인 바이런 윈도 "미국경제가 올 하반기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며 "6월 실업률이 4.5%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는 점도 이를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증권주들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모건스탠리는 5.1% 내린 주당 60.94달러, 메릴린치는 5% 떨어진 56.30달러, 골드만삭스는 3.2% 밀린 83.10달러를 기록하는 등 3대 증권주가 모두 하락했다. 월가에선 이들이 시티그룹이나 JP모건체이스 등 '은행출신'들과의 경쟁을 위해 일부 은행과 합병을 서두를지 모른다는 소문도 주가하락에 한몫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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