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만주벌판 논쟁

베이징(北京)에서 비행기를 타고 선양(瀋陽)을 향해 40분 정도를 날자 드넓은 평야가 시야에 들어왔다. 둥베이(東北)평원이다.우리에겐 광개토대왕의 말발굽 아래 놓였던 만주벌판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선양시의 한 국유기업 고위책임자인 리전타이(李辰台)씨와 저녁식사 중 만주벌판이 화제로 올랐다. 대화는 요동지역을 정벌했던 고구려 광개토대왕으로 흘렀다.얘기 도중 고구려에 대한 한국인과 중국인의 시각차를 발견하게 됐다. 그는 "중국의 한 나라였던 고구려가 한반도 이북을 점령했고,나중에 중국에서 밀려 한반도로 터전을 옮겨갔다"고 말했다. 고구려는 '중국 나라'라는 주장이었다.그의 말은 한국의 고구려가 만주벌판을 점령했다는 우리 시각과 큰 차이가 난다. 왜 그런 차이가 날까. 저녁식사를 함께 했던 선양의 투자업체 사장인 A씨는 "역사를 접근하는 근본적 방법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나라 국민이 서로 다른 역사관으로 쓰여진 교과서를 갖고 공부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민족의 역사'이다.우리 민족이 세운 나라라면 지역에 관계없이 우리나라 역사의 대상이다.그래서 중국 둥베이지방에서 터전을 잡았던 고조선 고구려 부여 등은 당연히 우리의 선조다. 고구려가 둥베이지방을 점령했다는 식으로 배웠고,'뜨거운 만주벌판'이란 가사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중국의 역사는 '땅의 역사'이다. 현재 중국 영토에 있던 옛 국가는 모두 중국역사의 일부분이다. 당연히 중국 땅덩어리에서 생성했던 고구려는 중국사의 일원이고, 중국의 국가였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역사관은 중국내 56개 소수민족을 중국 역사의 일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고구려라는 일개 국가를 놓고 이렇게 상반되게 학교에서 배우고 있다. 서로 다르게 배워왔기에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말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지금, 중국의 역사교과서는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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