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국식 세계화' 뛰어넘기 .. '13억의 충돌'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는 것은 어린 아이가 링 위의 규칙에 따라 타이슨과 권투를 하는 것과 같다''

중국의 비판적인 지식인들은 미국의 패권주의와 경제침략을 이렇게 꼬집는다.최근 나온 ''13억의 충돌''(한더치앙 지음,이재훈 옮김,이후,1만3천원)은 중국판 ''세계화의 덫''이다.

저자는 이른바 ''신좌파''로 불리는 중국의 소장 학자중 대표 주자.

그는 ''시장의 신화''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애덤 스미스에서 폴 크루그먼에 이르기까지 여러 자료를 인용하면서 ''낙관''과 ''현실''을 비교분석한다.

그리고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만 ''미국 위주의 소수를 위한 세계화''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시장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촉구한다.WTO가입으로 대표되는 전면 개방은 기회이면서 위기라는 것이다.

죽의 장막으로 보호받던 중국이 순식간에 막강한 다국적 기업들과 맞부닥쳐야 하는 마당에 시장만능주의와 시장낭만주의는 치명적인 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용어가 시장현실주의다.그는 21세기초 세계경제의 특징을 불황심화,경제블록화,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요약한다.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그는 4가지 대안을 내놓는다.

첫째는 일자리 우선 정책.

실업자가 1억을 넘는 상황에서는 ''효율우선 평등고려''보다 ''평등우선 효율고려''방식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자원절약형 경제발전 정책.

기존의 자원소비형 발전모델로는 안된다는 얘기다.

셋째는 전략산업 육성정책.

군수산업 등은 경제논리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과학기술과 교육사업 정책이다.

우수한 인력에서 중국의 희망을 찾자는 것이다.

그는 손자와 노자,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교훈까지 엮어 중국의 미래를 전망한다.

그것은 ''군인과 무기는 단기간의 유형적인 것일 뿐이며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무형의 힘''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의 논점은 현실성에 기초한 실사구시 정신이다.

미국식 민주주의의 허점과 패권주의를 지적하면서도 미국의 국가이익과 공공정책에 관한 비판의 자유는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 궁극적으로 국익을 키운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능성을 그는 독점기업인 차이나텔레콤이 98년부터 합리적인 통신료를 책정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을 통해 자본과 비용구조를 개혁한 사례에서 찾고 있다.이 책은 신자유주의 비판서로 지난해 출간돼 인기를 모은 ''세계화의 덫''과 미국의 패권 전략을 담은 ''거대한 체스판''을 비교해가며 읽으면 더욱 좋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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