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돼지값 주가, 그린스펀 주가..강만수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을 위협하던 지난 11월말 어떤 신문에 ''주가,돼지에게 물어봐''라는 코미디 같은 기사가 떴다.

어떤 증권회사와 축산컨설팅회사가 지난 9월 이후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구제역파동으로 수출이 막혀 폭락한 돼지고기값과 주가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돼지고기 도매가격이 9월 셋째주부터 내리기 시작해 10월 넷째주에 바닥을 친 뒤 반등해 11월 넷째주에는 전주보다 20% 폭등했는데 주가도 이와 같이 등락할 것이란 분석이었다.

또 어떤 증권회사는 ''최근 몇년간 달러대비 유로화 환율과 종합주가지수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니 상관계수가 0.9를 넘어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분석들은 주가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의 답답한 심정을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되지만,몇년 전에는 장마철이 끝날 무렵 어떤 증권시황 담당자가 "비가 내리는 날에는 주가가 떨어질 확률이 높다"고 하며,장마가 끝났으니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희망섞인 예상을 내 놓았다니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지난 11월30일은 미국의 나스닥 증권시장의 주가지수가 하루 1백9포인트(4.03%)나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피의 목요일''이었다.

12월1일 한국증권시장에선 이에 영향을 받아 외국인투자자가 삼성전자주 1천4백억원어치를 비롯 블루칩주를 대량 매도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480선으로 밀리기 시작하자 증권당국은 500선을 지키기 위해 연·기금전용펀드 7천억원을 즉시 투입하고 추가 기금 1조2천억원을 앞당겨 조성해 투입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겨우 500선을 지켰다.

그러나 주말을 지난 12월4일 주가는 다시 밀리기 시작해 500선에 겨우 턱걸이한 501.73으로 마감됐다.미국 나스닥시장은 금년 들어 5,000이 넘던 주가지수는 11월 한달 동안 23%나 폭락해 2,500대로 반 토막이 되고,다우지수도 한때 11,000을 넘다가 9,600대까지 폭락해 미국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을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 그린스펀 의장이 뉴욕의 은행인들 모임에서 "이미 성장의 추진력을 잃은 경제에서 금융시장의 자산가치가 더 하락한다면 가계와 기업의 소비에 지나친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발언이 있었다.

이것은 금리를 인상하고 돈을 죄다가,앞으로 금리를 내리고 돈을 푼다는 정책으로의 전환으로 받아들여졌고,이에 따라 나스닥시장이 불붙어 지난 11월5일 하루에 8.30% 217.11포인트나 올라 사상 최고상승을 기록했다.

우리의 주가도 덩달아 올라 종합주가는 550,코스닥은 70을 회복하게 됐다.1960년대 워싱턴에 ''세니터스''라는 프로야구팀이 있었는데 1960∼1966년 뉴욕 주가는 워싱턴세니터스팀이 당한 스트라익아웃 숫자와 함께 움직였고,FRB의 통화공급이나 금리정책과는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는 해학적인 분석이 미국에도 있었다.

1986년 뉴욕 월스트리트는 ''보스키스캔들''때문에 한햇동안 떠들썩했다.

합병거래의 귀재로 이름을 날렸던 이반 보스키가 증권으로 거액의 돈을 벌게 된 것은,돈주고 빼돌린 내부정보에 의한 거래라는 것이 발각돼 1억달러의 벌금을 물고 그에게 정보를 제공한 기업간부들이 함께 구속된 사건이었다.

보스키는 2년간 징역을 살고 나왔지만 증권시장에선 영원히 추방됐다.

지난 12월5일 그린스펀의 말 때문에 폭등했던 주가가 그후 하락했고 미국에서도 주가가 통화정책과 함께 움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

나스닥과 코스닥은 분석적 상관관계가 없는데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정보나 분위기가 분석보다 나은 경우가 허다한 게 증권시장인데 증권당국은 1989년 ''12·12 증시대책''의 결과를 잊었는지 500선을 지킨다고 거액의 연·기금 전용펀드를 쏟아붓기는 했지만 500선을 지켜준 것은 미국의 나스닥이었다.

주가에 대해 ''비가 오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프로에게 묻거나 그린스펀의 발언을 분석하는 것보다 차라리 돼지에게 물어보거나(?),어떤 프로야구팀의 스트라익아웃 숫자가 주가와 동행하는지를 분석하거나(!),아니면 보스키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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