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反거지 캠페인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 거지가 없는 곳은 없다.

일찍이 사회복지에 힘쓴 영국이지만 런던시내엔 담요 하나로 겨울을 나는 노숙자들이 수두룩하다.10년이상 호황을 구가중인 미국은 물론 사회민주주의를 구현, 1인당 국민소득이 미화 2만8천달러나 되는 오스트리아 빈 한복판에도 마약에 취한 거지들이 눈에 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성탄절을 앞두고 ''거지에게 돈을 주지 말자''고 했다가 지식인들의 반발에 부딪쳤다는 소식이다.

노숙자들에게 현금을 줄 경우 대부분 마약이나 술을 사는데 사용함으로써 재활은커녕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만큼 적선을 자제해 이들을 보호소에 들어가게 하자는 게 ''반(反)거지 캠페인''의 목적이었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래 봤자 소용없고 오히려 당장 돈이 급한 이들이 도둑질이나 매춘을 하는 등 부작용만 커지리라며 반대한다는 것이다.

블레어정부는 출범 이래 잘못된 정책보다 인기 없는 정책이 낫다며 기존의 영국식 사회복지 개념에 메스를 가해왔다.

98년 3월 ''영국을 위한 새로운 야망-복지에 대한 새로운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청사진이 대표적인 예다.복지제도 개혁이 우선은 가난한 자에 대한 배신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앞으로는 단순히 빵을 줌으로써 정부에 의존하게 하기보다 자신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캠페인 또한 비슷한 취지에서 비롯된 셈인데 거지들이 단순히 무일푼인 사람들이 아니라 마약중독자라는 데서 문제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톨스토이는 원시 기독교정신에 입각, 채식 금연 금주및 근로정신을 강조하면서 불필요한 자선은 게으름을 낳는다는 주장을 폈다.쇼펜하워 또한 돈이란 바닷물같은 것이어서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며 적선을 증오했다.

유태교 경전인 탈무드는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한다.

돈을 얻지 못하게 함으로써 거지를 없애겠다는 블레어정부의 노력이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가난이 죄와 사회 불안을 낳는다는 주장에 밀려 흐지부지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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