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워커힐서 상봉 .. 명단공개 사흘째 북적

북한의 이산가족 방문후보자 명단공개 사흘째를 맞은 18일 대한적십자사에는 뒤늦게 북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드는 이산가족들로 붐볐다.

방북신청에서 탈락한 노인들의 안타까운 항의 방문도 이어졌다.
.8.15 이산가족개별 상봉 장소로 결정된 워커힐호텔은 지난 84년 남북적십자회담 이후 85년 이산가족 상봉,최근 북한 농구선수단,평양교예단 방문 등에 이르기까지 여덟번째로 남한을 찾는 북한 손님들을 맞이하게 됐다.

워커힐호텔은 18일 북측 일행 1백50여명을 포함,취재진 등 최대 6백여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방문 일자인 내달 15일부터 18일까지 총 6백23개 객실중 2백50개 방을 잡아두고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산가족 집단상봉 장소로는 강남 삼성동 코엑스(COEX) 컨벤션센터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국제연대위원장인 박찬운(39.서초구 반포동) 변호사는 북측의 이산가족 명단에서 큰 외삼촌 리길영(71)씨의 이름을 확인하고 눈물을 흘렸다.

박 변호사는 전화로 두번씩이나 명단을 확인하고도 불안한 마음에 이날 적십자사를 찾아 외삼촌의 생존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박 변호사의 외가는 50년 6월25일 전쟁직후부터 9월28일까지 불과 석달 사이 외조부가 죽고 큰 외삼촌이 행방불명 되는 등 전쟁의 아픔을 겪었다. 박 변호사는 "그동안 큰 외삼촌이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명단을 보고 월북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상봉을 신청한 큰 외삼촌이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을 어머니(리정자.67)께서 지난 2월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91년부터 민변활동을 시작한 박 변호사는 그동안 10년 가까이 국가보안법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