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주류' 친윤의 사분오열…차기 당권 향방 미궁속으로

'친윤' 배현진도 이철규 출마 비판
세 차례 분화 끝 영향력 미미해져
비윤계, 全大서 입지 넓힐 가능성
지난 2년간 명실상부한 여당 내 주류로 인정받았던 친윤(친윤석열)계가 사분오열하고 있다.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두고 같은 친윤인 배현진 의원이 공개 비판에 나서면서다. 당 대표 선출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친윤계가 쪼개지며 차기 당권의 향방은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2일 여권에 따르면 기정 사실처럼 보였던 ‘이 의원 원내대표설’은 암초를 만났다. 이 의원은 적지 않은 의지가 있었지만 지난달 30일 배 의원이 SNS에 쓴 글이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배 의원은 “지금은 반성과 성찰, 염치와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했다. 배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박정훈 당선인(서울 송파갑)도 지난달 27일 “이철규 의원이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를 맡는 것에 수도권 의원들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저 역시 반대한다”고 했다. 이 의원과 배 의원은 친윤계 공부 모임인 ‘국민공감’에서 함께 활동했고, 김기현 전 지도부에선 각각 사무총장과 조직부총장을 맡으며 당도 같이 이끌었던 사이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권성동 윤한홍 의원과 함께 ‘원조 윤핵관 4인방’에 올랐던 이들이다.

친윤계는 이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분화’해 왔다는 게 여권 내의 분석이다. ‘체리따봉’ 사건으로 권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2022년 9월이 첫 번째다. 이후 권 의원과 윤 의원은 친윤 일반의 행보와 거리를 둬 왔다. 지난해 12월 김기현 대표 퇴진과 올 1월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을 거치며 친윤의 결집력은 다시 한번 약해졌다. 배 의원이 김 전 대표 퇴진을 반대했지만 관철되지 않았고, 이용 의원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공격했을 때도 다른 친윤 의원들의 호응이 없었다.

여당 관계자는 “이철규 의원과 배 의원이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며 “친윤 전반의 영향력도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친윤계에 밀려 위축됐던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당선자,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비윤석열)계가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