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상거래 혁명' 앞당긴다..국내3社 하반기 서비스앞두고 선점경쟁

제3의 화폐혁명이 시작됐다.

동전.지폐와 신용카드에 이어 전자화폐( E-money )가 e비즈니스 시대의 새로운 지불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자화폐란 IC카드나 인터넷에 일정한 화폐가치를 디지털 형태로 저장한 뒤 물품이나 서비스의 구매 등에 사용하는 지불수단이다.

고객은 전용단말기나 인터넷을 통해 상품 및 서비스 제공업자에게 대금을 결제하게 된다.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 종이나 금속이 아닌 디지털 정보일뿐 결제 가치저장 등 화폐의 속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전자화폐는 인터넷과 연결돼 전자상거래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국내에선 금융결제원 몬덱스코리아 비자코리아 등 3사가 카드형 전자화폐시장을 놓고 선점경쟁에 나섰다.

몬덱스코리아는 6월초부터 코엑스 임직원과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전자화폐 사업을 벌인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최근 코엑스몰에 입주한 상가와 식당에 1천대의 전자화폐 단말기를 설치했다.

이어 현재 20만원까지 충전 가능한 전자화폐 카드를 일반에 발급하기 위해 국민은행과 실무 작업중이다.

박기원 차장은 "올해안에 PC와 핸드폰 및 공중전화로도 전자화폐를 충전한 뒤 전국 상점이나 인터넷 전자상거래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결제원은 21개 은행 및 7개 카드사와 공동으로 오는 7월 서울 역삼동 지역에서 한국형 전자화폐( K-Cash ) 시범 사업을 벌인다.

비자인터내셔널코리아도 삼성물산과 손잡고 내달중 전자화폐 전문사인 비자캐시코리아를 출범시킨다.

이 회사는 오는 9월부터 에버랜드 서울랜드 롯데월드 등 놀이시설에 가맹점 카드리더를 설치하고 자사 전자화폐인 비자캐시를 유통시킨다는 복안이다.

여기엔 한국통신하이텔 한국통신프리텔 라이코스 SK(주) LG정유 LG유통 등이 참여하게 된다.

몬덱스코리아등 3사가 추진하는 전자화폐는 모두 IC카드 형태다.

그러나 운영체제와 표준은 제각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 3사와 카드 및 단말기업체,통신업체 등 35개 기관은 지난 23일 한국전자화폐 포럼을 구성,전자화폐의 표준화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표준화가 이뤄지면 전자화폐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전자화폐는 디지털 정보로 돼 있기 때문에 1원단위로도 지불이 가능하다.

거스름돈이 없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충전은 PC나 휴대폰도 가능하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주피터커뮤니케이션스사에 따르면 전자화폐를 이용한 올해 온라인 결제규모는 미국에서만 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자화폐의 등장은 금융산업에도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전자화폐가 보편화될 경우 사람들은 금융거래를 위해 은행에 가지 않게 된다.

PC나 휴대폰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계좌이체는 물론 대금결제 증권거래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산망의 상호 접속을 통해 이종 금융기관간 업무제휴가 이뤄지고 복합 금융상품의 취급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전자화폐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개별 업체별로 다른 규격이나 사용방식을 통일시켜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카드형 전자화폐의 경우 가맹점마다 카드리더를 설치해야 하는 등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는 보안문제가 관건이다.

돈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전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되기 때문에 중간에서 도용이나 변조될 가능성이 있다.

전자화폐 저장규모가 커지고 개인간 전자화폐 이체가 허용될 경우 탈세 및 돈세탁 등 지하경제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전자화폐는 아직 시기상조란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실제로 지난 97년 10월부터 비자와 마스타카드사가 각각 시티.체이스맨해튼은행과 공동으로 뉴욕 맨해튼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화폐 시범사업이 실패로 끝났다. 당시 전자화폐 카드사용액이 장당 평균 38달러에 그쳤다는 점은 전자화폐의 한계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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