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말러 교향곡 연주회' .. 흔들림없는 '거인'의 연주

지휘자 임헌정은 새천년을 따사롭고 인간미 넘치는 세상으로 표현했다. 지난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말러 교향곡 전곡연주회 첫회는 그런 희망으로 가득했다. 세기말의 불안이 짙게 배어든 젊은 날의 추억을 담은 1번 교향곡을 이처럼 넓은 가슴으로 끌어안고 자애로운 미소로 반겨맞은 연주회도 드물다. 임헌정과 부천시향은 마지막 악장까지 일관된 해석과 호흡으로 1번 "거인"을되살렸다. 청춘(인류)의 고통과 번민은 삶과의 투쟁이란 거대한 흐름속에서 잉태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우리는 승리하고 말 것이란 메시지였다. 그래서 1악장 서주에 나오는 반음계를 이용한 첼로의 슬픈 모티브부터 악장 사이 사이의 애조띤 선율들을 한 톤 낮춰 무대밑으로 감추는 듯 했다. 기쁨과 고뇌가 교차하고 고상한듯 하다 소박한 멜로디로 반전되는 "거인"을 끝까지 여유있게 관조하는 자세로 연주한 것이다. "거인"이란 표제처럼 우리 음악계에 큰 발자욱을 남긴 연주회로 평가받을만 하다. 그의 지휘봉과 단원들의 활의 움직임은 경직되지도 흥분되지도 않았다. 표현의 과잉을 자제하는 진솔한 자세로 자신감을 피력한 무대였다. 3-5번 연습에 만족하는 다른 오케스트라와 달리 17차례나 호흡을 맞춘 그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관객들이 뜨거운 전율로 반응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마지막 4악장을 마친뒤 지휘봉을 던지듯 내려놓고 한숨을 푹 내쉬는 임헌정의 모습에 관객들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어깨를 어루만질 듯 화답했다. 임헌정은 "이번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기울인 열정이 한 순간에 빠져나가면서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다"고 토로했다. 8차례 가량의 커튼콜과 기립받수를 받은 임은 다시 춤추는 듯한 경쾌함으로 2악장을 앙코르 연주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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