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음'

[ 吟(음) ] 새벽에 마른 풀 위로 지나가는 몇가닥 빗소리 누군가 나보다 먼저 깨어나 앉아 저 소리 듣고 있으리 조정권(1949~) 시집 ''虛心頌(허심송)'' 에서----------------------------------------------------------------------- 이른 새벽, 잠이 오지 않아 불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문밖에서 후두둑 빗소리가 난다. 가을도 깊어 마당에는 마른 풀과 나무 잎 뿐, 비는 그 위를 지나가고 있겠지... 나처럼 깨어나 앉아서 저 소리를 듣고 있을 사람이 또 어딘가에 있을까. 일상의 번뇌와 잡사를 잊은 무념무사의 깨끗함과 선연함이 이 시의 힘이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선 두어개만 사용해서 그린 그림을 볼 때의 충격 같은 것이 있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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