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매혹한 한국 전통공연…'세자의 꿈' 전석 매진·기립 박수

국립국악원, 해외서 처음 공개
궁중 의복과 판굿에 관심 몰려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테아트로 아르젠티나 국립극장에서 국립국악원이 초연한 국악 공연 ‘세자의 꿈’을 본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로마 한복판에 있는 ‘테아트로 아르젠티나(Teatro Argentina)’는 1732년 세워졌으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다. 희극 오페라를 대표하는 걸작 ‘세비야의 이발사’가 1816년 초연되는 등 400년 가까이 엄선된 작품만 무대에 올렸다.

4일(현지시간) 아르젠티나 극장이 이탈리아인의 박수갈채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주인공은 국악 공연 ‘세자의 꿈’이었다. K팝이 아니라 생소한 한국 전통 가락과 춤사위로 이뤄진 작품인데도 이탈리아 관객에게 “아름답다”는 극찬을 받았다.‘세자의 꿈’은 올해 한국과 이탈리아의 ‘상호 문화 교류의 해’를 알리는 공식 개막 공연으로 국립국악원이 기획한 해외 초연 작품이다. 전날인 3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마리아 트리포디 이탈리아 외교부 차관과 로마에서 만나 문화 분야 협력 강화를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맺었는데, 그 첫걸음이다.

K팝과 영화 같은 흥행이 보증된 콘텐츠 대신 한국 문화를 알리는 시발점으로 국악과 무용을 섞은 공연을 선보인 전략은 신선했다. 이날 6층 높이 오디토리엄에 마련된 좌석 700개가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찼다. 문체부에 따르면 20~30유로짜리 티켓이 열흘 만에 모두 팔렸다.

이날 극장을 찾은 관객은 조선시대 궁중 의복을 입고 무대에 선 배우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꽹과리, 장구, 북, 소고 등을 연주하는 풍물놀이를 무대화한 놀이춤 ‘판굿’이 벌어지고, 묘기에 가까운 상모돌리기가 이어지자 관객도 함께 소리를 질렀다. 1시간30분가량 이어진 공연이 끝나자 대다수 관객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이날 공연에선 유인촌 장관이 한복을 입고 손님을 맞이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 전통 공연을 하는 날이기 때문에 한복을 입었다”며 “한국과 이탈리아 청년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로마=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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