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미수에 신작발표...끊임없는 정열..'장우성 개인전'

올해 미수(88세)를 맞은 월전 장우성. 그는 우리화단 최고의 원로다. 1930년대 이당 김은호 선생 밑에서 한국화를 배운 이래 지금까지 한순간도 붓을 놓지 않은 근대 한국화의 산 증인이다. 화가생활만 올해로 70년째다. 월전은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이후 국전 추천작가, 국전 심사위원, 서울대 미대교수를 거치면서 예술가로서 또 미술교육자로서 활발한활동을 해왔다. 그는 간결하고 담백한 색채감을 추구함으로써 전통적인 문인화를 현대적으로변용시켜 새로운 한국화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전의 미수 축하전인 "월전노사미수화연"이 오는 6월4일부터 18일까지 서울학고재에서 열린다. 월전이 오랫동안 지도했던 서울대 미대 제자 10여명과 학고재가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다. 미수에 신작을 발표하는 것은 화단에 처음있는 일. 그만큼 그림에 대한 월전의 정열이 식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요즘도 친구들과 매주 한번씩 안양CC에서 골프를 즐길 정도로 건강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폭발하는 화산" "학" "고향의 언덕" "야우" "태풍경보""황소개구리" 등 수묵화와 "한벽원사계" "화노" 등 글씨를 합쳐 신작 30여점이 선보인다. 이가운데 "태풍경보"는 세기말의 비관적 환상을 그림으로 묘사한 것. "1999년12월31일0시 환상기상도"인 이 그림은 마치 태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형상을 나타내고 있다. "화산폭발"은 세상이 곧 엄청난 재앙으로 인해 상전벽해할 것이란 상상도다. 월전은 "최근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세기말적 징후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며 "근작들은 이같은 느낌들을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적인 뱀을 삼키는 장면의 "황소개구리"는 왜래것이 들어와 우리산하를 어지럽혀 분통터지는 감정을 나타낸 것. 엉뚱한 놈이 주권을 짓밟는 것을 풍자한 그림이다. "화노"는 그림의 노예란 뜻으로 그림그리기에 얽매여 있는 작가의 심정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글이다. 그러나 "고향의 언덕" "장송" "명학" 등은 평화스럽고 조용한 우리시골의 자연을 소재로해 서정적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오광수 환기미술관장은 "월전은 음풍영월에 안주하지 않고 비판적 현실인식을 가짐으로써 회화를 한갖 풍류적인 산물이나 기호물이 아닌 살아있는 현실의 반영구조임을 일깨워주는 화가"라고 평한다. 문의 (02)739-4937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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