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강국을 꿈꾼다] 청사진 : 은행 .. '비상임이사'

비상임이사들이 은행경영의 실세가 됐다. 은행들이 지난 2월 주총을 통해 비상임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종전의 상임이사회는 폐지됐다. 대신 상임이사가 아닌 집행임원들로 경영협의회를 만들었다. 협의회는 이사회가 결정한 사항을 집행하는 기구다. 은행경영에 관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진 않는다. 물론 이사회에는 상임이사도 참여한다. 그러나 이사회 멤버중 비상임이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를 웃돈다. 한빛은행의 경우 상임이사 2명, 비상임이사 9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돼있다. 올들어 경영지배구조를 바꾼 조흥 외환 국민 신한 주택 하나 한미 은행과 지방은행등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비상임이사들은 누구인가 =비상임이사들은 은행이 선임한 사외이사와 주주대표로 구성돼있다. 직업별로는 교수 기업인 회계사 변호사등으로 분포돼있다. 그 중에서도 교수들이 숫적으로 우세하다. 인력풀이 마땅치 않아 은행들이 교수들을 대거 고른 것이다. 구색맞추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금융전문가로 알려진 교수들도 상당수눈에 띈다. 신한 하나 한미은행등 주인있는 은행의 경우 대주주에 무게를 뒀다. 한미은행은 삼성 대우 BOA(아메리카은행)등 대주주가 나란히 비상임이사로 들어있다. 하나은행도 LG 코오롱 두산 동부 신도리코 등 대주주들이 비상임이사로 포진해있다. 신한은행은 재일교포들이 비상임이사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비상임이사중에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주총에서 새로 선임된 외국인 비상임이사는 토머스 크라옌빌(국민)팀블릭크(외환) 브루스윌리슨(주택)씨등. 이밖에 하나은행은 작년말 로이 카라오글란씨를 비상임이사로 영입했다. 외환은행에는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 은행에서 위르겐 레머 전무, 볼프강 회니히 이사대우등도 비상임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는가 =비상임이사들은 매일 은행에 출근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비상임이다. 이들은 분기마다 1번씩 열리도록 돼있는 이사회에 참석한다. 또 윤리 경영발전.보상 경영전략 리스크관리 이사회운영 감사 위원회등 기능별 소위원회 멤버이기도 하다. 소위원회는 역할에 따라 매달, 분기별, 반기별 한번씩 열린다. 이사회의 경우 분기마다 1번씩 개최토록 돼있지만 은행들은 한달에 한번씩 열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경영발전.보상 위원회에서 비상임이사들은 상임이사들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고 보수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또 경영.영업전략 수립과 예산 승인등을 직접 관장한다. 말그대로 실질적이고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론 정관변경 예산.결산 은행장등 임원교체 채권발행본점이전 합병승인등에 관여한다. 위상이 높아진 만큼 비상임이사들에 대한 대우도 다르다. 비상임이사들은 종전에는 거마비 정도만 받았으나 이제는 고정급을 받는다. 월 2백만~3백만원 정도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은행 윌리슨이사는 특히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1만주를 부여받기도 했다. 은행들은 또 팩스나 이메일(전자우편)을 통해 이들에게 수시로 주요 안건을 보고하고 있다. 이사회가 열리는 자리에서 경영자료를 툭 던져주던 종전과는 천양지차다. 파워맨으로 부상한 이사회 의장들 =비상임이사중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인물들은 이사회 의장들이다. 이들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하다. 한빛은행의 이사회 의장인 송병순 CDC & MBS 회장. 송 의장은 국민 광주은행장을 역임했던 금융계 원로. 국민은행장 시절엔 국민은행 도약의 기틀을 다진 것으로 정평나있다. 전산정보화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은 라응찬 부회장에 집행위원회 의장을 맡도록 했다. 집행위원회는 재일동포 주주들로부터 주요 정책결정을 위임받은 핵심 기구.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인 박영철 고려대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 금융인이다. 금융연구원장을 거쳐 상업.한일은행 합병추진위원장을 역임하는등 이론에다 실무까지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국민은행 오세종 의장도 관심의 대상이다. 장기신용은행 행장을 지낸 그는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합병을 성사시킬만큼 소신있는 인물. 따라서 국민은행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윤병철 회장은 주주와 은행경영진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새 지배구조아래서도 이런 역할을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특히 은행경영 선배로서 이런저런 충고도 잊지 않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은행장이상의 막강한 실력을 행사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미주알고주알 은행경영에 관여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경륜으로 무장한" 무게있는 한마디 충고를 던질 것이란 예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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