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전망] (특별기고) '건강한 기업이 사회발전 토대'

제임스 울펜손 위기는 우리를 슬기롭게 만든다. 위기는 우리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 바빠 고치지 못한 것을고칠 수 있게 만든다. 위기를 당한 아시아국가들은 1999년중 난파된 조각들을 다시 모아 붙이며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한가지 교훈은 남는다. 그것은 부패한 경제(rotten economies)는 부패한 기업(rotten corporations)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기업이 투명하고 정직한 노선을 걷지 않는 한 경제가성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에 관한 원칙을 엉성하게 해놓으면 경이롭다고 여길 정도로 활기찼던 경제도 순식간에 망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던 사람은 몇되지 않는다. 실제 그 대가는 막대했다. 인도네시아 기업의 3분의 2 그리고 태국의 4분의 1이 부도를 경험했다. 금융구조개혁에서 발생한 피해의 경우는 더 가공할만하다. 인도네시아는 국민총생산(GDP)의 18%가 금융개혁으로 날아갔고 한국과 태국의 경우 그 규모가 더 큰 30%에 달한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하면 이 같은 소요는 새로운 기업원칙과 기준을 세우는바탕이 될 수 있다. 그 효과는 기업원칙의 바탕을 마련한다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계은행은 건강한 기업지배구조 원칙은 사회적 발전(social progress)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건강한 기업지배구조와 사회발전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이다. 서구지도자들은 전세계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해왔다. 기업인들 모두 이제 현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대적기업지배구조(modern corporate)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하며 경영층은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는 성격상 내부적인 면과 외부적인 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내부적 기업지배구조란 기업내 힘의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 of power)을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경영층 근로자 이사회 주주 그리고 채권자들간의 관계를말하는 것이다. 이들간의 지배구조는 회사의 차입규모 차입한 자금의 용도 회사가 시장에서차지하는 위치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지배구조가 정부와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건강하지 못한 기업지배구조는 시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소홀하게 만들고또 이미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의 과욕을 부추긴다. 이에 따라 높은 부채비율로 귀결지어진다. 1996년중 아시아 각국의 부채비율을 보자. 한국은 350%의 부채비율을 가지고 있었으며 인도네시아(190%) 태국(230%)도비슷한 상황이었다. 이는 미국의 110% 독일의 140%에 비해 너무 높은 것이었다. 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은 대만 싱가포르 그리고 필리핀의 경우를 보면더 잘 비교가 될 수 있다. 이들의 부채비율은 110%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기업 외부인들 특히 주주 정부 근로자 그리고 시민들도 기업의 행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집단이다. 글로벌투자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기업지배구조가 경제행위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형태로 유지될 수 있다면 이는 민주적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선진산업국가들은 기업소유주 근로자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공동체적 사회가 여러 가지 형태의 분쟁에 휘말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정부나 법원 그리고 여론이 이들의 분쟁에 간여한 것은 물론이다. 이런 분쟁은 결국 사회의 안정(social stability)과 경제적 발전으로 이어졌다. 분명한 사실은 게임의 룰이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몇 안되는 부유한나라의 독점적 소유물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모든 인류에 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건강한 기업지배구조는 기업 소유계층을 넓게 확산시킬 수 있고 사회의 힘이 어떤 일부그룹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자본시장을 받혀주는 힘이 될 수 있고 또 혁신(innovation)을 자극할수 있다. 이는 장기직접투자를 불러들일 수 있으며 시장의 부침을(volatility)을 줄일 수 있고 자금의 해외이탈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한다. 더욱 중요하게는, 기업지배구조원칙이 건전해야 사람들이 그들의 돈을 기업에 맡긴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각 개인의 차원에서는 노후를 위한 자산의 증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나라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구축한 사회가 얻는 과실은 크다. 그러나 이같은 고상한 원칙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과실과 위험(risk)의 균형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투자시대의가장 중요한 변하지 않는 핵심인 것은 사실이지만 상황은 바뀌고 있다. 투자자들은 보다 많은 정보를 보다 빨리, 보다 더 자세한 형태로, 그리고 보다 더 믿을 만한 형태로 받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부응 할 수 있는 기업은 융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불이익을 당할 것이 분명하다. 투자자들은 유권자들과 마찬가지로 판사의 역할을 한다. 성장은 은밀한 가운데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과거의 관념은 넌센스에 불과하다. 자유시장경제는 문이 닫힌 곳에서는 살 수 없다. 정부는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국제기구들은 기술적 지도를 통해 이들의 개혁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투명성과 공시제도에 관한 엄정한 룰을 확립하고 이를 주도해야 할사람들은 바로 기업인들이다. 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규율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전세계에 희망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제협력기구(OECD)는 각 기업들을 상대로 기업지배 원칙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해 왔다. 세계회계사연맹(WCA)과 미국변호사협회는 실무적인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대안들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들과 보조를 같이하고 있는 세계은행도 이같은 기업개혁노선에서 독자적인 노력을 계속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세계은행은 특히 아시아에서는 사회 보장적 지원과 함께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아주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 전략은 이미 수확을 거두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증권시장과 기업의 지도자들이 이사회의 독립성제고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주권익과 재무제표에 대한 열람을 보장하는 법률이 제정되었다. 태국 증권거래소는 모든 상장사의 이사회가 독립적을 회계감사 권한을 갖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와 개혁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일 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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