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철수 <WTO 사무차장>에게 듣는다

김철수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57) 만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도 드물다. 그는 대학교수 경력의 이론과 행정각료의 경험을 갖춘데다 뛰어난 어학실력까지 겸비해 국제 통상.외교전문가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강연을 갖기 위해 잠시 귀국한 김 사무차장을 본사 박영배 부장이 만나 WTO의 현안과 앞으로의 활동방향 등을 들어보았다. =======================================================================[ 대담 = 박영배 ] -WTO 사무차장자리가 한가하지는 않지요. "할일이 상당히 많아요. 각종 서류를 집으로 가져가 일해야 될때가 흔합니다. 특히 밖에서 연설을 많이 해야 해요. 1년에 6,7회정도 해외에 나가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이 자리에서 WTO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이번에도 일본 JETRO(일본무역진흥회)와 아시아 경제연구소의 통합을 기념하기 위해 동경에서 열리는 국제심포지엄에 초청받아 기조연설을 합니다. 또 사무총장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해야 할 때도 있어 대외활동이 많은 편입니다" -금년이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50주년이고 WTO가 출범한지 3년 됐는데, WTO 창립성과라면. "WTO는 세가지 기능을 갖고 있어요. 먼저 무역의 규범을 제정하고 둘째는 무역협상을 통해 무역을 자유화하는 것이지요. 세번째 기능은 국가간 무역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일이지요. 과거에는 상품쪽에만 있던 무역규범을 서비스와 지적재산권분야로 확대했는데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반덤핑,보조금,긴급수입제한 등 여러분야에 걸쳐 무역규범이 만들어지고 있지요. 환경 외국인투자 경쟁정책 등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들 역시 WTO내에서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역자유화측면에서도 성과가 컸지요. 기본통신분야의 무역자유화, 정보기술협정(ITA), 금융서비스분야의 성공을들수 있지요. 이 세가지 협상은 다자간 무역협상에 버금가는 그런 무역자유화의 효과를 가져 왔지요. 분쟁해결절차 측면에서는 지난 3년동안 1백20건의 분쟁이 WTO에 제소돼 해결됐거나 해결중이거나 패널(분쟁해결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분쟁해결절차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자간 절차에 의해 분쟁이 해결되는 관행이 확립되고 있는 셈이지요" -WTO가 창립될 때 소위 미국의 슈퍼 301조등 개별국가의 통상법과 상충되는부분에서 WTO가 이런 분쟁을 과연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정할 것인가가 관심이었습니다. "미국이 슈퍼 301조 스페셜 301조 등을 통해 무역분쟁을 미국기준에 따라 쌍무적으로 해결하던 관행이 크게 줄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분야의 스페셜301조의 발동이 있긴 했지만 아주 이례적인 케이스였습니다. 대부분 쟁점사항들이 WTO룰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공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WTO의 기능 내지 권능이 인정을 받아간다는 얘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분쟁사례를 들려 주시지요. "WTO의 첫 분쟁은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이 미국을 상대로 제소한 가솔린에 대한 미 환경처의 환경기준이었지요. 수입휘발유에 대한 미국의 환경기준이 미국 국내에서 생산된 가솔린에 대한 환경기준보다 높아서 WTO의 원칙(차별대우 금지)에 따라 미국에 규정을개정토록 했습니다. 최근에는 후지와 코닥과의 싸움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주었어요. 물론 미국이 이긴 경우도 있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칼라TV와 D램반도체에 대한 반덤핑(관세부과)을 제소했지요. 그러나 컬라TV의 경우 쌍무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 패널설치요구를 철회했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패널이 설치돼 우리와 미국의 주장을 검토중입니다" -환경 투자 경쟁정책 부패방지 등에 관한 협정이 완성되는 시기를 언제로보고 계십니까. "환경에 대한 문제는 따로 시한이 정해진게 없고요. 무역환경위원회가 설치돼 계속 여러가지 사항을 토의하고 있습니다. 또 MEA(다자간 환경보호협정)에서 무역을 규제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이 WTO에 일치하느냐의 여부 등도 중점 토의사항 입니다. 투자와 경쟁정책의 문제는 지난 96년 싱가포르 각료회의에서 작업반을 구성해 2년동안 이 문제를 검토해 협상여부를 결정토록 했습니다. 따라서 금년말 투자 및 경쟁정책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합니다. 부패방지논의는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간 협의가 된 상태이지만 WTO에는 부패방지라는 구체적인 작업반아 설치돼 있진 않아요. 정부조달의 투명성의 확보문제는 현재 논의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역절차간소화(Trade Facilities) 문제가 있는데요. 무역업자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통관 등 번거로운 절차가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몇년간 토의되면서 WTO의 규범이 자연스레 만들어질 것입니다" -우리 수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이런 협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텐데요. "우리나라도 일련의 무역협상을 앞두고 서둘러 준비를 해야 합니다. 2천년에 있을 무역협상이 농산물에 대한 추가무역자유화 그리고 서비스 지적재산권분야 등 의제가 광범위할 것입니다. 2천년 협상은 오는 5월에 열리는 제2차 WTO 각료회의에서 부터 준비가 시작된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도 통상기구문제 등을 빨리 매듭짓고 이들 문제에 대비해야겠지요. 무역분쟁이 다자간의 WTO내에서 처리되는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그쪽전문가를 양성해야 하고요" -이러한 대규모 협상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실정에 맞는 통상조직을 갖추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WTO에 근무하는 책임있는 국제공무원으로서 우리나라 통상기구에 대해뭐라 언급할 입장은 못됩니다. 자칫 특정부처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한편 인력양성측면에서 민간분야의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주된역할을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통상기능은 정부의 기능이지요. 정부전문가를 많이 양성하는게 기본입니다" -지금 WTO 회원국이 1백32개국인데 많은 나라들이 가입을 신청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현재 31개국이 가입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 대만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된 나라들이지요. 이들 국가가 모두 가입하게 되면 회원국은 1백60여개국으로 늘어나 명실 상부한 범세계적인 기구가 될 것입니다. 세계교역의 99%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WTO 멤버가 되는 셈이어서 무역하는사람들이 동일한 원칙에 따라 교역을 하게 되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의 가입은 언제로 예상하십니까. "그건 각 국가별로 다릅니다. 가입을 하고자 하는 국가와 기존회원국이 협의해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가입하게 됩니다. 일정한 기준이 없지요. 예를 들어 중국의 가입조건은 몽골의 가입조건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충족시켜야 합니다. 그것은 중국이 세계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우 협상이 10년째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잘하면 금년중 가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만은 중국이 가입하면 거의 동시에 가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만은 중국이후에 가입토록 회원국 사이에 정치적 합의가 돼 있습니다. 러시아와 베트남은 가입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등 지역무역협정이 강화되는 추세인데 WTO와는어떻게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까. "먼저 지역무역협정이 역내국가와 역외국가를 차별하는 조치를 취하지못하도록 WTO 규정을 재검토하는게 필요합니다. 현재 이런 문제들이 95년부터 지역무역협정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지난번 싱가포르 각료회의에서는 다자간 무역체제가 지역무역협정보다 우월하다는 원칙에 동의하는 내용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다자간 무역체제의 우월성의 원칙이 WTO규정에 반영되느냐의 문제가 계속 논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WTO에서 투자문제는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지금까지 외국인투자는 국내 경제의 범주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국제적인 룰이 없었으니까요. 앞으로 협상을 통해 국제적인 룰을 만들 계획입니다. 2천년 협상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입니다. 지난해 세계 상품교역이 6조억달러인데 세계투자규모가 3천억달러였어요. 외국인투자비중이 해마다 급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오는 4월 OECD 국가들 사이에 체결되는 투자협정인 MAI(다자간 투자협정)과 별도로 WTO에서는 개도국을 포함하는 방안을 도출할 것입니다"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중 최고위직일 뿐더러 맡은 일에서도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지요. 보람만큼 어려움도 많겠지요. "맡고 있는 일이 진전이 있거나 협상이 타결되면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맡고 분야는 섬유교역, 환경, WTO 가입, 분쟁해결업무 등입니다. 어려운 점은 협상진행과정에서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과 회원국에대해 공평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이번 방한중 김대중 당선자를 만났는데 무슨 얘기를 나누셨나요. "오는 5월20일 제네바에서 GATT 창설 50주년 기념행사가 있어요.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WTO 발전방향 등을 논의하게 됩니다. 미국대통령 영국총리 등이 참석할 경우 김당선자도 참석토록 건의했습니다" -언제까지 일하게 되나요. "당초 임기는 3년으로 6월말까지인데 사무총장이 자신의 임기와 같이 해주길 원해 99년4월까지 일할 것 같습니다" [[[ 김철수 사무차장 주요약력 ]]] 69년 미 매사추세츠주립대 정치학박사 69년 미 세이트로렌스대 정치학 조교수 74년 상공부(현 통상산업부) 통상진흥국 과장 80년 통상진흥국장 84년 상공부 제1차관보 90년 특허청장 91년 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93년 상공부장관 94년 국제통상대사 95년 3월 WTO 사무차장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6일자).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