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도둑으로 몰아 2억 뜯은 女…"최악이다" 판사도 분노

순진한 대학 동창 수십 차례 걸쳐 협박
기사와 사진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학 동창을 도둑으로 몬 뒤 수십 차례에 걸쳐 약 2억원을 뜯어낸 2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선고공판서 이례적으로 피고를 강하게 꾸짖기도 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2단독(백광균 부장판사)은 공갈, 강요, 협박,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6년 형을 선고했다.사건의 시작은 2021년 2월 21일 한 주점에서였다. 당시 대학 동창 B씨가 자기 지갑을 만지는 것을 본 A씨는 "CCTV에 다 찍혔다. 100만원짜리 지갑인데 찢어졌다"면서 "지갑 변상 명목으로 돈을 주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민·형사 고소도 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지갑을 단순히 만졌을 뿐인 B씨는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걸 피하고자 93만원을 배상했다.

그러나 A씨의 협박은 끝나지 않았다. B씨가 자신이 일하는 가게에서 절도했다고 주장 및 협박해 돈을 뜯어내거나 차용증을 쓰도록 한 것이다. B씨의 모친 C씨를 찾아가 카드를 받아내 쓰기도 했다. 이러한 수법으로 A씨가 B씨 모녀에게 뜯어낸 돈은 총 2억96만원에 달한다. A씨는 이렇게 뜯어낸 돈을 호감을 가진 남성의 환심을 사기 위한 명품 구입 등에 썼다.

견디다 못한 B씨 모녀는 A씨를 공갈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A씨는 사과 대신 SNS 소개 사진에 B씨를 조롱하는 내용의 글과 가족사진을 올려둔 채 도주했다. A씨는 1년 만에 체포돼 법정에 섰으나 B씨의 모친 C씨는 억대에 이른 빚을 진 것에 낙담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이에 재판부는 선고공판서 이례적으로 A씨를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분쟁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고운 심성을 지닌 탓에 대학 동창인 A씨의 지갑을 잠시 만져봤을 뿐, 절도 혐의가 없는데도 A씨의 위협에 굴복하며 노예처럼 지내왔다"며 "피해자들은 사랑스러운 가정을 일궈 행복한 하루하루를 지내오다가 오로지 A씨의 악행 때문에 막대한 재산과 둘도 없는 생명까지 잃어 돌이키지 못할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건의 핵심인 공갈죄만 보더라도 더 나쁜 사안을 떠올릴 수 없으리만치 참혹하고 비극적"이라면서 "돈을 더 잘 뜯어내려고 저지른 강요, 스토킹 등 관련 범죄까지 더해본다면 최악 중 최악으로 평가하는 데에 아무 손색이 없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서는 형사 절차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온갖 범죄를 법정 밖에서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응징하는 소설, 영화,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실정. 사법부로서는 오히려 현실 세계에서 가상 세계보다 더욱 혹독하게 대가를 치른다는 준엄한 진실을 밝혀둘 필요가 절실하다. 이 절실함이야말로 법치주의 구현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판시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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