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일부 종목만 관심 .. 한도확대 첫날 증시 표정

지금까지 7차례 실시된 외국인 투자한도확대 조치중 확대폭이 가장 큰 24%가 추가 개방됐으나 시장의 반응은 어느때보다 썰렁했다. 환율이 치솟고 기업부도설이 난무하는 한국주식시장에 외국인은 일부종목을 제외하고는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기관 일반인등 국내 투자자들은 한도확대를 매도기회로 포착, 엄청난 매물을 쏟아냈다. 외환시장의 급박한 위기감속에 졸속으로 한도확대일을 앞당긴 이번 조치가 외국인들의 불신을 오히려 가중시켰다는 반응마저 나왔다. .개장시간 이전에 주문을 받는 예비주문에서 외국인이 매수를 희망한 종목은 SK텔레콤 포철 삼성전자 서흥캅셀 에스원 LG전자우선주등 6개종목에 불과. 이중 SK텔레콤을 제외하고는 경쟁율이 모두 1대1에 못미쳤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기대와는 달리 예비주문경쟁율이 0.07대1에 그쳐 외국인프리미엄 종목이라는 명성에 먹칠을 한 셈. 이날 외국인의 예비매수주문은 모두 7백39건 1천7백57만주였으며 평균경쟁율은 0.56대1에 그쳤다. .외국인투자한도 확대조치의 최대수혜주로 꼽혔던 SK텔레콤은 전날 20여만주의 해외DR(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하겠다는 회사측의 공시로 여유종목수가 절반이나 감소, 투자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42만주였던 한도여유주식수가 21만2천주로 줄어들어 기관 및 일반투자자들의 매도기회가 그만큼 박탈당했기 때문. SK텔레콤은 당초 오는 13일께 1억달러 상당의 해외DR을 발행한다는 공시를 낼 예정이었으나 한도확대일이 갑자기 11일로 앞당겨지자 10일로 앞당겼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외국인투자한도가 모두 소진될 경우 유상증자를 통한 해외DR발행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공시예정일을 앞당길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 .기관과 일반인등 국내 투자자들은 이번 한도확대조치를 철저히 매도기회로 활용하는 모습. SK텔레콤은 이날 오전 동시호가에서 13만3천주의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곧바로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한도여유분이 소진되는 매매공방이 벌어졌다. 포철은 이날 동시호가에서 전일종가에 3만4천주가 거래됐으나 곧바로 저가매도주문이 급증, 3백만주가 넘게 거래됐다. 동원증권 이승용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의 매수주문이 유입되는 것을 기회로 국내기관이 보유물량을 상당히 처분했으며 일반인들도 매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오는 15일로 예정돼있던 제7차 외국인투자한도 확대조치가 갑작스럽게 11일로 앞당긴 것이 오히려 외국인의 의구심만 증폭시킨게 아니냐는 비판도적지 않았다. 증권사 국제영업팀 담당자는 "갑작스럽게 앞당겨진 한도확대조치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며 "이유를 묻는 외국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느라 혼났다"고 말했다. 외국증권사의 한 지점장은 "5일밖에 남지 않았던 한도확대일을 앞당긴 것을 외환사정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외국인이 많았다"며 "졸속시행으로 한국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욱 크게 심어준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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