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어...구도...겨울산사 휘돈다..조계종 40개 사찰 '동안거'

겨울철 산사에서는 스님을 만나기가 힘들다. 주요 사찰에 모여 참선 수행하는 동안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본산 40여개의 사찰 2천여명의 승려들은 14일(음력 10월15일)부터 동안거를 시작, 수행에 힘쓰고 있다. 영축총림등 각 총림 방장들은 이 기간을 맞아 법어를 내고 승려들의 수행 화두를 제시했다. 영축총림(양산 통도사)의 방장인 월하스님은 "머리 둘 달린 뱀을 보는 자는 죽은자다. (중략) 이 독사를 보아도 죽지않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아는 이가 있으면 손을 들어 보시오/ 이세상에 오염되지 않는 사람이라야 불가에서 말하는 업장이 다 소멸된 사람이다/ 즉 생사를 초월한 사람을 말함이라"라는 법어를 펼쳤다. 고불총림(장성 백양사)의 방장인 서옹스님은 "(전략) 시냇물은 본래로 마음이 없음이라/ 달이 나옴에 갈대꽃은 눈을 비쳐 밝도다/ 하늘에 널리 땅에 두루해서 청풍이 일어남이라/ 또한 돌계집(석녀)이 파촉노래 부름을 들음이로다"라는 법어를 발표했다. 또 해인총림(합천 해인사)의 방장 법전(법전)스님은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해서 마음또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니라/ 바람과 깃발이 마음인데 무슨 말을 더하랴/ 여섯 문을 닫으란 말 옛부터 전한다네/ 털끝인들 인정하면 종전대로 막히나니/ 대천세계 모두가 한터럭 끝일세"를 내놓았다. 음력 정월대보름(98년 2월11일)에 끝나는 동안거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시 운동으로 몸을 푸는 포행으로 시작, 하루에 15시간씩 참선하는 고된 수행.매달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는 철야로 용맹정진한다. 참선을 하면서 깜박깜박 졸 때 죽비(2개의 대쪽으로 만든 회초리 역할의 도구)를 들고 호통을 치는 고승의 경책과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간화선,수행기간동안 스스로 참회하는 자자등은 동안거중 겪는 힘든 과정이다. 정월대보름이 지나면 동안거에 들어간 수행자들의 목록인 방함록이 작성된다. 한 사찰에서만 수행하도록 되어 있으며 몇 안거를 났느냐는 것이 곧 승려의수행력으로 인정된다. 안거를 마치는 날은 우란분재등으로 경축한다. 한편 사찰에서 운영하는 재가선원도 이 기간동안 선방을 개방, 재가자들이 스님과 비슷하게 수행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학원 중앙선원(732-3327)등 일부 시민선원들도 동안거를 실시하고 있다.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열리는 철야정진에는 선방이 꽉 메워질 정도로 신도및 일반인들의 호응이 높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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