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금리 폭등 악순환 차단 .. 또 나온 증시안정대책

정부가 오랫동안 망설여오던 증권시장 안정대책을 26일 발표했다. 연기금 주식 투자확대, 증권사에 대한 주식매입 자금 대규모 지원, 금리보장형 신상품 허용 등이 골자다. 증권투자가들이 기대해 왔던 실명제 보완 대책 등은 빠졌다. 그러나 한은 특융과 실명제 보완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할수 있는 대책은 사실상 모두 담고 있다. 금리와 주가를 동시에 잡겠다는게 정부의 의지이기도 하다. 특히 투자신탁에 대한 확정금리부 상품 허용은 투신에 은행 상품을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투신은 그동안 오로지 투자운용의 결과에 따라 수익금을 주는 실적 배당 상품만을 취급해 왔으나 이번에 확정 배당 상품을 챙겼다. 증권사와 투신에 각각 1조원대의 거액을 환매조건부로 지원한 것은 금리 안정에도 기여해 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환매조건부이긴 하지만 주식을 사들일수 있는 실탄이 공급된다는 점에서 이들 기관의 주식매수여력을 크게 보강된 것으로 보인다. 스팟펀드 역시 일정기간 집중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투자시탁사들의 활약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이날 아침 임창열 부총리가 직접 증권거래소를 방문, 증권업계와 투신업계로부터 증시상황과 건의사항들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또 오후에는 재경원 실무자들이 연기금의 증권관련부서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실탄을 확인하는 등 연기금의 주식 매입 확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도계속했다. 이날 증시안정 대책은 임부총리가 직접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표했다. 그만큼 정부로서는 이번 대책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수 있다. 실무선에서는 자칫 빈약한 증시부양책이 투자자들의 실망감만 자극할 수도있음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으나 임부총리가 막판에 한은 자금을 환매조건부로 지원하는 방안 등을 포함시켜 발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투신사의 업태를 깨면서까지 신상품을 주는 등 파격적인 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주가가 10년 전인 지난 87년 수준으로 주저앉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어서다. IMF로 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음에도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주가의 폭락이 금융기관의 부실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으로 치달았던 것도 정부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주가하락이 금융기관들의 자산운용을 어렵게 하고 이것이 자금순환 전체를응고시켜 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는 것도 시급해졌다. 임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증권시장을 안정 시키는 것이 금리를 안정시키는 데도 긴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실명제 보완 관련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은 역시 재경원 실무선의건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측이 이에 대한 거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명제 보완이 빠진데 대해 증권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는 그러나 주가가 충분히 하락해 왔다는 점, 투신사에 대한 신상품허용이 증권시장 주변에 자금수위를 높여 줄 것이라는 점, 당장 3,4조원의 주식 매입자금이 공급된다는 점에서는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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