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소주

한국과 EU(유럽연합)간 주세협상이 국내 술시장의 구조를 바꾸어 놓을 수도있는 커다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협상결과에 따라서는 소주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대신 수입양주시장이 급팽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EU는 한국의 소주 주세율을 현행 35%에서 위스키와 같은 수준인 1백%로 올리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전형적인 서민주인 소주의 주세가 이렇게까지 높이 올라가 소매가격이 비싸지면 소주는 더이상 서민주로 남아 있기 힘들게 된다. 소비자나 소주업계에 다같이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EU는 말로만이 아니라 국내의 주세체계가 불합리하다고 WTO(세계무역기구)에 정식 제소까지 했다. EU가 한국의 소주세율을 물고늘어지는 것은 한국의 소주값을 올려 상대적으로 값이 싸진 자국의 위스키를 더 많이 팔아보자는 의도에서다. 지난 4월 열린 주세제도 관련 세미나에서 정부산하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도알코올농도에 따라 주세를 매겨야 한다면서 위스키주세율은 그대로 두고 소주는 주세율을 62.5%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방안으로 보인다. EU는 위스키나 소주나 다 같은 증류주인데 위스키에 소주보다 훨씬 더 많은세금을 물리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내소주업계는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우선 희석식 소주는 순수 주정과 물을 1대3의 비율로 섞은 것으로 위스키처럼 진정한 숙성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제조공정에서부터 위스키와 소주는 다른 술이라는 말이다. 소비패턴도 위스키와 소주는 엄청나게 차이난다. 소주는 대중업소에서 팔리는 반면 위스키는 룸살롱 호텔나이트클럽등 고급업소에서 주로 팔린다. 주세문제는 국내 소주업계에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주같이 그나라를 대표하는 술만큼은 음주습관 문화를 충분히이해한 상태에서 협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번 정부간 협상에서도 이 점이 충분히 전달돼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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