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Company] 피에러 <독일 지멘스 회장> .. 끝없는 변신

"지멘스에서 최고 경영자가 되려면 적어도 3년 이상 해외근무를 해야 합니다. 특히 아프리카 등 오지에서 근무한 사람일수록 유리합니다" 유럽최대 전기.전자기기 메이커인 독일 지멘스의 하인리히 폰 피에러(56)회장이 지난해 전세계 38만6천명 직원에게 돌린 한장짜리 공문의 내용이다. 지난 92년 지멘스의 지휘봉을 잡은 피에러 회장은 보수적인 독일 재계에서 "세계 경영"의 선봉장으로 통한다. 그의 세계 경영은 지난 93년부터 도입한 "TOP"한마디로 함축된다. 여기서 TOP이란 사전적인 의미의 "최고"나 "정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Time Optimized Process(시간 효율 극대화 과정)의 머리글자이다. 지멘스가 진출해 있는 전세계 1백89개국 소비자들의 기호를 신속히 파악해 빨리 제품을 시장에 내놓자는 것이 그 골자다. 이는 시장파악 연구개발 상품개발 상품판매 등 경영활동 전 과정에서 소요시간을 최소화한다는 의미다. 피에러회장은 이를 위해 사업장별로 각 부문 전문가가 참여하는 다기능 팀(Cross Functional Team)을 구성했다. 팀 활동은 크게 3단계로 분류된다. 첫째는 고객 기호를 명확히 분석하는 단계. 둘째는 이를 상품화하는 단계. 마지막으로 적기에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해 만족을 극대화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권한위임과 팀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시간 효율 극대화를 위해 비주력 업종의 통폐합, 유망업체 인수, 과감한 감원조치, 유능한 인재 발탁 등도 적극 동원했다. 이같은 TOP운동의 성과는 생산성 향상 세계화 진전 혁신 고객지향적 기업문화 등 4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창립 1백50주년을 기념해 베를린에서 개최된 하계기자회견에서 피에러 회장은 "TOP운동의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먼저 생산성 향상. 90년대 초반 3~4%씩 향상되던 생산성은 지난해 8%를 웃돌았다. 올해는 9~10%를 예상하고 있다. TOP운동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향상된 생산성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30억 마르크(16억6천만달러)에 달한다. 세계화도 급진전됐다. 97 사업연도의(96년10월1일~97년6월30일) 해외수주액은 모두 7백억 마르크. 그룹전체 수주액의 70%를 넘어섰다. 해외 매출비중도 92년 53%에서 96년 61%로 높아졌다. 혁신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연구진들의 신제품 개발건수는 TOP운동이 시작된 이후 지난해까지 2배 이상 늘어 5천3백건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제품 중 5년 이내에 개발된 신제품이 74%. 지난 85년에는 55%에 불과했다. 반면 10년 이상된 노후제품은 85년 16%에서 96년 7%로 낮아졌다. 고객지향, 창조성 향상, 상하간 원활한 의사소통, 국제화 마인드를 겨냥한 기업문화변화도 순조롭게 뿌리내리고 있다. 피에러 회장은 TOP운동이 비용절감에만 초점을 맞춘 소극적 경영혁신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는 "궁극적인 목적은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신규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각분야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시간중심 경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을 기조에 깔고 있다. [[ 약력 ]] 41년 독일 에어랑엔 출생 68년 에어랑엔.뉘렌베르크대 조교 69년 지멘스 입사 89년 지멘스 이사 92년 지멘스 그룹 회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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