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광장] 노동법 합의...이젠 노사화합 이룰때 .. 남혁

노동관계법이 길고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3월10일 여야간 합의로 국회에서 처리되었다. 지난 연말 여당 단독으로 처리된 뒤 2개월 보름만에 단일안이 확정된 것이다. 시간과 여론에 쫓긴 나머지 주고받기식 절충으로 어정쩡한 대목이 많지만 어렵게 이끌어낸 단일안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하겠다. 가장 핵심 쟁점이었던 복수노조를 상급단체이긴 하지만 허용하고,정리해고제가 도입되는등 노사양측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애를 썼지만 노사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양측 모두 불만스러워하지만, 역설적인 측면에서 보면 양측 모두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사항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 국민은 노동법이 노사양측의 합의에 의해 개정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것이 뜻대로 안돼 아쉽기는 하지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합의한 것이라는 현실인식을 노사양측 모두가 가져야 할 것이다. 무슨일이든 첫술에 배 부를 수는 없는 것처럼 미흡한 점이 있으면 시간을 두고 다시 개정해 나가는 여유와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다. 노사 양측이 갖는 강한 불만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것을 법으로만 해결하려는 법 만능주의 사고를 탈피하고 대국적인 협력과 참여정신을 발휘하길 국민은 바라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노사문제와 한보사태등으로 경제가 파탄지경이며, 금년에 대선까지 겹쳐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으며,노사화합만이 국민경제를 회생시키는 출발점이라는데 온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확정된 노동법을 놓고 또 다시 갈등과 대립으로 세월을 보낸다면 우리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노사 양측 모두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노사관계는 법 이전에 인간관계라는 측면이 크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 산업현장에서 운영의 묘를 살려 나가는데 모두가 노력해 주길 바란다. 남혁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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