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민주시민 시험대 .. 이진원 <정경부장>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는게 있다.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는 주장이 있다. 오히려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면서 득의만면이다. 지방자치를 비웃는 반대론자들의 얘기다. "왜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지방자치제가 정착될리 없다"고 남의 얘기하듯 한다. 남이 안되기를, 판이 깨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심사와 다를 바 없다. 이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할거주의와 집단이기주의, 행정의 비능률과 낭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문제 등이 이들이 지자제를 반대하면서 내세우는 이유다. 특정정당이 어떤 지역의 단체장과 의회를 장악할 것이 확실하고, 그렇게 되면 지역할거주의가 심화될 것이라는 게다. 지역이기주의도 큰 걱정이란다. 대도시의 쓰레기장이 인근의 어느 군에 들어설 수 있겠는가. 국가적 쓰레기인 핵폐기물은 어느 지역이 떠맡으려 할까. 대도시의 수도물공급을 위해 이니근 군의 허락없이 저수댐을 건설할 수 있겠는가. 이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상.하급기관의 장이 정당을 달리할 경우 행정의 비능률이나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지방재정문제는 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5%정도. 모자라는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각 지역마다 개발사업이 마구잡이로 시행될때 균형있는 국토의 종합개발은 저하될 것이다. 환경도 파괴될 것이다. 지역에따라 세금을 더 거둠으로써 국민생활을 어렵게 하거나 주민 또는 기업을 괴롭히지 않을까 하고 우려한다. 기업들마다 못된 단체장이 당선될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철저한 검증없이 지방자치제가 실시된다는 것이다. 우선 하고보자는 마구잡이 식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연 그럴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문제점만을 안은채 출발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참뜻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제 실시가 가져다줄 지역경제사회의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있는 정치체제인 민주주의가 각 지역에 뿌리내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초기단계에서의 시행착오는 각오해야 한다. 자율과 책임없이는 민주주의는 없다. 그 자율과 책임이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진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시행착오끝에 다져지는 자율과 책임의 바탕위에서만 진정한 경제민주화가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방민주화를 바탕으로 한 지역간의 경쟁은 경제의 효율을 높이는촉매역할을 한다고 봐야 한다. 지역주민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될 때 모든 정책결정과 집행은 주민위주가 될 수 밖에 없다. 정책집행자는 주민의 복지를 우선 생각하는 동시에 지역내 기업의 보호육성자를 자임하고 나서게 된다. 기업들도 인력의 채용이나 개발의 중심을 지역에 둘 것이다. 지역을 생산기지나 소비시장으로만 생각하는 기업은 존립할 수 없게 된다. 이른바 기업경영의 지방화가 촉진될 것이다. 지방경제의 활성화는 지방재정의 자립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지방기업을 육성할 책임은 그 지역에 있으며 기업은 지역경제를 살찌게 할책무가 있다는 공동의식이 있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지역경제활성화와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긍정적인 면을 보지 않고 부정적인 시각과 방관만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보여줄 것은 지방자치제를 보란듯이 잘 해내는 길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번에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 지역발전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영달보다는 지역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해 내야 한다. 지연이나 학연 등 소아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와 다른 마음가짐으로 투표장에 들어서야 한다. 또 우리가 뽑은 대표들이 잘 하는지 지켜보고서 잘잘못을 따지면서 질타해야 한다. 뽑은자와 뽑힌자 모두 손잡고 노력함으로써 빠른 시일내에 지자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지자제 실시를 비웃는 사람들의 콧대를 꺾을 수 있게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움으로써 지자제 비관론자나 방관론자의 설 땅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후손들로부터 민주주의를 뿌리내린 일등시민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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