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평] '금홍아금홍아'..대담한 섹스신/기행연기 돋보여

금홍은 이상에게 "날개"였을까. 시대를 앞서간 한 시인의 좌절과 광기를 치마폭에 감싸안았던 여인. 그녀는 세상사람들의 눈에는 작부였으나 박제된 천재의 눈엔 구원이었다. 김유진 감독의 "금홍아 금홍아"(태흥영화사)는 이상(김갑수)과 기생 금홍(이지은) 곱추화가 구본웅(김수철)의 애증을 통해 암울한 시기의 고뇌를 그린 작품. 영화의 서술자는 구본웅이지만 이상과 금홍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32년 일본유학에서 돌아온 구본웅의 귀국전에 기괴한 웃음을 터뜨리며 이상이 나타난다. 한국 최초의 야수파 화가와 불행한 천재의 만남. 이상의 결핵이 악화되면서 둘은 백천으로 요양을 떠나고 그곳에서 금홍을 발견한다. 이상은 금홍을 통해 "날지 못하는 새"의 고통을 위로받으며 미친듯이 그녀의 품안으로 파고들고 금홍은 타고난 교태와 색정으로 그에게 화답한다. 갈수록 변태적으로 치닫는 둘의 행각을 보다못한 구본웅은 경성으로 떠난다. 곧 뒤따라온 이상은 경성에서 다방 "연"(제비)을 차리고 금홍을 마담으로 들여앉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다방은 적자만 내고 금홍이 몸을 팔아 세를 내면서 이상의 좌절도 깊어간다. 시 "오감도"의 신문연재가 중단되고 결국 금홍마저 떠나버리자 그는 동경으로 간다. 영화는 구본웅이 유곽의 금홍을 찾아와 이상이 동경에서 죽었다는 말과 그가 남긴 사랑의 시편을 전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감독이 의도한대로 속도감있는 화면과 이지은의 대담한 섹스신,김갑수의 기행연기가 압권이다. "날개"로서의 금홍을 살리는데 다소 소홀했던 점, 이상과 구본웅사이의 내밀한 심리묘사가 가려진 것등은 아쉬운 요소. 그러나 어두운 시대의 냉소적 삶을 강렬한 색채로 재생시킨 연출력과신선한 웃음까지 담아낸 극적 재미가 잘 어우러진 영화다. ( 22일 단성사 개봉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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