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특강] 미국 통상압력강화 대책 .. 정순원

정순원 최근 미국은 한국에 대한 통상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 통상관리가 한국의 보이지 않는 통상 장벽을 WTO에 제소하겠다는 시사를하는가 하면 미 언론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그동안 양국간 통상 관계의 불편함은 우리 나라의 대미 흑자 기록에서 비롯되었다. 한미교역은 1990년대 들어 대체로 균형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의 주된 관심사항인 지적재산권 보호, 금융.서비스 시장의 개방 등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생각으로 판명되고 있다. 미국의 대한 통상압력이 이처럼 가중되고 있는것은 각 이익집단이 3월31일로 예정되어 있는 USTR의 국별무역장벽보고서(NTE)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로비활동의 일환이지만 미국의 정세가 보호주의로 선회하고 있는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작년 상하원 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의 지배체제가 무너졌다. 미국에서 통상정책은 의회와 행정부의 견제관계에서 형성된다. 민주당 정부에서 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민주당 정권의 통상정책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클린턴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기본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결과중시형 통상전략을 답습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해외시장 의존도가 10년전에 비해 2배이상 심화된 18%에 달하여 교역상대국에 무역수지 균형화 압력만으로는 미흡하다. 그래서 정책의 중점이 경쟁력 강화로 경사되고 있는데 이 정책은 단기간에성과를 얻기 어렵다. 공화당은 선거에서 클리턴 행정부의 이러한 정책실패를 집중 공격하여 상하원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또한 통상문제는 고용문제가 악화될때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미 경제가 작년부터 호황기에 접어들고 올해는 과열 기미를 나타내지만 고용문제가 크게 호전될 전망은 없다. 이것은 미국의 통상정책 목표가 양국간 무역수지의 불균형 해소뿐아니라 해외시장 확대를 통한 고용문제 해결까지 포괄하게 됨을 뜻하고 잠재적 시장확대가 예상되는 등 아시아 국가에 대해 통상압력이 더욱 가중될 것임을시사한다. 이에따라 클린턴 행정부가 의회의 견제를 사전에 제압하기 위해 강력한 통상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한 통상 공세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미국에 대한 과도한 수출의존도를 축소해야 하지만 이것은 매우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이다. 따라서 우선 한미통상현안에 관해 미국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파악하고 우리가 미국에 대해 얻을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설정해야 한다. 첫째 미국은 한국을 "압력을 가하면 계속 물러서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1994년 상무부의 슈퍼 301조 성과에 관한 보고서에서 슈퍼 301조는 실제 발동할 경우 효과가 거의 없었고 발동위협 자체가 성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면서 그 예로 일본과 한국을 들었다. 이것은 미국이 동아시아 국가와의 무역협상에서는 "일본후려치기(Japen Bashing)방식이 효과가 있고, 그것을 확대 적용할 것임을 나타낸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우선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과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이 중국에 대해 보복조치를 발동하였을때 중국은 미국이 가장필요로 하는 중국에서의 합작사업 진출문제에 역보복조치를 발동하여 재협상을 이끌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한국에 대해 가장 원하는 것이무엇인가를 파악하여 협상카드를 개발해야 한다. 둘째 협상카드는 특히 미국시장에서 우리 상품에 대한 차별조치를 해제하고 우리경제에 실익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 미국의 음성적 수입규제조치를 파악하기 위해 매년말 정부와 기업공동으로 정보를 수집 정리하여 협상자료로 활용하며 우리기업이 미국시장에서 실질적 내국민대우를 받게 하는 것이다. 셋째 국내 경제제도중 미국이 이의를 제기할수 있는 사안들을 사전에 조사하여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WTO체제에서 통상문제가될 가능성이 큰 산업지원제도의 경우 WTO규범이나 미국의 경제동향을 볼때 전반적인 기술개발, 환경보전 차원의 지원은 인정되므로 이 논리를 바탕으로 지원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정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한미통상문제를 단순히 양국의 문제로 환원하여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WTO와 같은 국제규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넷째 미국이 우리 통상정책의 투명성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통상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미국의 통상압력이 연초에 집중되는 것을 고려하여 전년 11월에서 그해 1월사이에 매년 새해 개방계획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한다면 그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와함께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것은 통상정책의 혼란을 방지하고 효과적인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통상정책 조정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조직개편으로 통상산업부가 출범하였지만 외무부와 역할분담이 불확실하고 다른 부처에 대한 조정권의 미확보등으로 효과적이고 종합적인 통상정책 수립과 집행이 의문시된다. 이것은 통상정책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여 필요없는 통상마찰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개선되어야 한다. 세계화는 국내외 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하는 것이다. 이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앞서 제시한 과제를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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